[Why] 산나물 캐기 열풍에 전국 명산이 몸살

회원 2500여명이 가입된 인터넷 Y동호회의 정모(정기모임) 장소는 전국 주요 명산이다. 적게는 3~4명에서 많게는 수십명이 함께 산에 올라가는 이들은 겉으론 여느 등산 동호회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Y동호회 회원들이 산에 오르는 진짜 이유는, 산림청 단속반의 눈을 피해 산나물과 약초를 채취하는 것이다.

'웰빙 바람'을 타고 최근 40~50대를 중심으로 '산나물 동호회'가 급증하고 있다. 회원 수가 2000~3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동호회도 10여개에 이른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이들은 산나물과 약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식물을 구하려고 직접 산에 오른다. 원산지와 성분함량을 알 수 없는 약재와 나물을 사는 대신 직접 채취한 임산물을 먹겠다는 것이다. 특히 비타민·미네랄 등 영양소가 듬뿍 든 봄철 산나물 채취 시기인 5월, 전국 명산에서는 두릅, 나물취, 곰취, 참나물, 신선초, 고사리 같은 산나물을 캐려는 동호회 회원들과 이를 단속하는 산림청 직원 간의 숨바꼭질이 벌어진다.

산나물 동호회 회원들 대부분은 건강을 이유로 산나물·약초 채취에 나선다. 동호회의 인터넷 게시판은 "무릎이 안 좋아 접골목(덧나무) 구합니다", "생리통이 심한데 참당귀를 찾으려면 어느 지역으로 가야 하죠?", "조릿대(산죽) 열매 달인 물 드시면 잔병치레가 없습니다" 등의 산나물·약초에 대한 정보로 가득하다.

산에서 산나물과 약초를 캐는 것은 대부분 불법이다. 국유림은 산림청과 보호관리협약을 맺은 지역주민들에 한해서 임산물을 채취할 수 있고, 사유림의 임산물은 당연히 땅 주인의 소유이다.

그러나 동호회원들은 봄철에 자신이 먹을 만큼의 산나물을 뜯어가는 수준을 넘어 산림훼손이 우려될 정도의 채취행위를 벌인다. 산나물동호회 게시판에는 자신이 채취한 것을 다른 회원들에게 돈을 받고 팔겠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헛개나무, 엄나무, 겨우살이 같은 약용수종, 난(蘭)과 각종 관목 등 희귀식물을 불법 채취해 밀거래하는 행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무단으로 산나물과 약초를 채취하다 산림청에 적발된 건수는 2007년 147건에서 지난해 1282건으로 3년 만에 8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관리 책임이 있는 국유림 관리소들은 단속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 장관웅 사무관은 "넓은 산속에서 등산객과 섞여 있는 산나물동호회 사람들을 골라내는 일 자체가 쉽지 않고, 불법 채취 혐의가 있어도 현장적발이 아닌 이상 증거를 잡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동호회 게시판에는 "자연보호니 뭐니 하면서 정부가 우리의 취미활동을 막고 있다"며 단속을 비웃는 글이 올라온다.

일부 약용식물이나 고가의 임산물을 캐가는 경우 지역 주민들의 소득 침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경남 창녕에 사는 우모(79)씨는 "가을철 송이버섯 채취로 가계에 보탬을 받는데 등산객 같은 사람들이 송이를 대량으로 캐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산나물동호회 회원들의 불법 채취행위를 적발하기도 무척 어렵다. 한 산나물동호회 대표 박모(37)씨는 "우리 동호회 회원 중에도 불법 채취로 50만원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람이 있다"며 "단속이 많은 시기엔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나물동호회 숫자와 함께 불법 채취에 이은 산림훼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