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金 판다" 소식에 금값 1500달러 무너졌다

석유와 금, 은,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값이 5일(현지시각) 일제히 급락했다. 국제 유가는 하루에 8.6% 폭락하며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금(金)값은 1500달러가 붕괴됐다.

금은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가, 은은 세계 최고 갑부인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이 팔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 더욱 큰 충격을 줬다. 원자재 값 폭락으로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아시아 각국의 주가도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국제 유가는 전날보다 8.6% 떨어진 배럴당 99.8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3월 16일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하락률도 2009년 7월 10일 이후 최대였다.

유가 하락은 다른 원자재 값 하락을 부채질했다. 금 가격은 전날보다 2.24% 하락해 트로이 온스(31.1g)당 1480.9달러에 마감됐다. 은(銀)값은 7월물 선물 기준으로 8% 폭락했다. 은은 지난 일주일간 28% 떨어져, 30년 만에 최악의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 고공행진하던 원자재 가격이 급락한 것은 ▲미국 경제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 ▲미국 달러화의 강세 ▲큰손들의 이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5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전주보다 4만3000명 늘어난 47만4000명이었다.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최고치로, 시장 추정치였던 41만명보다 훨씬 많다.

미국 고용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판명되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경기 회복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단기에 과도하게 급등한 상태에서 미국 고용지표가 실망스럽게 나오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원자재 값이 크게 오른 것은 경기가 회복되고 생산이 늘어나면 이를 위한 원자재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그런데 경기 회복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유로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강세도 원자재 가격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5일 장 클로드 트리셰 ECB(유럽중앙은행) 총재는 5월에 이어 6월에도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시사했고, 이 때문에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그러자 상품시장에 있던 돈이 빠져나와 강세를 보이는 달러화로 옮겨가는 움직임이 가속화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 반전하는 듯하자 그동안 투기성 투자를 해왔던 대형 펀드들이 빠르게 발을 빼고 있다는 뉴스도 원자재 값 폭락을 부채질했다.

특히 조지 소로스의 헤지펀드와 패스포트 캐피탈의 창업자 존 버뱅크 등이 최근 금과 은을 팔아치웠다는 소식에 국제 금값과 은값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들은 지난 2년간 금과 은을 대규모로 매수하면서 가격 상승을 주도했었다.

원자재 값 급락세로 아시아 주식시장은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6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2% 내린 2147.45에 마감됐다. 이날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평균도 전날보다 1.5% 떨어진 9859.20에 장을 마쳤고, 중국 증시 역시 에너지 주가 밀리면서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