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플러그드(전자음 배제한 반주) 라이브 첫 도전… 심사, 하기만 했는데 이번엔 받네요"

지난해 심사위원석에 앉아 서슬 퍼런 직설화법을 쏟아내며 엠넷 '슈퍼스타K(슈스케)' 신드롬을 이끌었던 가수 이승철(45). 그가 다음 달부터 다시 '슈스케 3' 심사위원으로 노래에 인생을 건 수백만 남녀노소를 만난다. 그리고 한발 앞서 그 자신이 먼저 대중의 심사를 받는다. 27~28일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펼쳐질 '언플러그드 라이브'를 통해서다.

지난해 전국 25개 도시에서 20여만명 유료 관객을 모았던 '오케스트락'이 대형 관현악단과 록 밴드의 합주 속에 규모와 밀도로 대중을 압도했다면 이번에는 자신의 음성 하나로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다.

6일 만난 그는 "전자음을 최대한 배제하고 클래식 현악기와 기타 위주로 반주를 하는 언플러그드 공연은 가수라면 반드시 한 번쯤 도전해야 될 장르"라며 "이제 내가 관객이라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오디션을 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해마다 대형 콘서트를 열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 스스로 어떻게 동기 부여를 하나.

"평소 대형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콘서트를 염원하다 지난해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행복했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내년에는 뭘 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무력감에 빠졌다. 그러다 3월 말 가족과 함께 아프리카 차드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생사의 기로에서 신음하는 아이들을 위해 무대에 서겠다는 결심이 섰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에 차드의 '희망학교' 건립기금 2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것도 그 차원인가.

"앞으로 10년간 10개의 학교를 지어줄 계획이다. 60억원쯤 든다는데 내가 30억원을 기부하고 나머지 30억원은 모금할 계획이다. 가난의 쇠사슬을 끊기 위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학습이다."

―'나는 가수다' '슈스케' 등 프로·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온통 가창력에 점수를 매기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다.

"지금 가요계는 모래시계 형태다. 밑에는 아이돌이 있고 위에는 이미자 조용필 같은 대형가수들이 있는데 허리에 해당하는 가수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얘기다. 그들에게 마당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나가수'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늘 아쉽다. 음악은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즐겨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점수에 목을 매고 있으니…. 음악에 대한 낭만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당신도 '슈스케'에서 점수를 매기지 않는가.

"(웃음) 프로하고 아마추어는 다르다. 아마추어들은 도달해야 될 선이 뚜렷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노래를 듣고 점수를 매길 수 있다. 하지만 프로는 이미 선을 넘어 자신의 세계를 갖춘 사람들 아닌가."

―당신의 심사기준은.

"첫째 타고난 자질이다. 노래 실력은 후천적으로 해결이 안 된다. 일종의 천재성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다음 어려서부터 얼마나 폭넓게 음악을 들어왔는가를 본다. 음악에 대한 식견은 금방 들통이 나게 돼 있다. 마지막은 외모다."

―본인의 노래 실력도 타고났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어려서 내 재능을 빨리 파악한 것도 운이 좋았다. 어머니 소원대로 의사가 됐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 아니었겠나(웃음)."

―당신이 지금 가수가 아니라면 오디션 프로에 참가하겠는가.

"무조건이다. 실제 나도 고교시절에 서대문 청다방에서 열린 콘테스트에 나간 적이 있다. '솔저 오브 포춘(Soldier of Fortune)'을 불러 30명 중 1등상을 받았다. 상품이 금도금한 손목시계였다."

―오디션 프로들이 인기지만 우승자들이 '슈퍼스타'로 크지는 못한다. 방송사들이 무책임한 건 아닌가.

"스타는 국민과 합의가 이뤄져야 탄생한다. 우린 스타가 될 자질이 있는 사람을 골라냈을 뿐이다. 입상자들도 준비가 덜 돼 있다. 5년쯤은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 (슈스케2 우승·준우승자인) 허각이나 존박 모두 아직은 직업 가수하고 진검대결을 하면 판판이 깨질 수밖에 없다."

―노래 연습은 어떻게.

"1년 내내 한다. 공연이 없는 시즌에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가족과 함께 집 근처 노래방에 간다. 가서 내 노래만 부르는데 과거의 감정을 되살리는 데 좋다." 공연문의 1544-4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