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의 품은 이렇게 따뜻하군요"

"이렇게 따뜻하게 보살펴주니 고국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러시아 사할린에서 충북 제천으로 영주(永住) 귀국한 이영익(83)씨는 어버이날인 8일 제천 명락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갔다. 국내 최대 민간 의료봉사 단체인 열린의사회(이사장 고병석)가 하루 무료진료에 나선 곳이다. 이씨는 한방진료실에서 늘 쑤시고 아픈 등에 침을 맞고 누워 휴식을 취했다. 약봉지를 받아들고는 "발목을 다쳐 집에 누운 아내가 함께 오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이날 열린의사회의 어버이날 진료에는 제천에 정착한 사할린 동포 120여명이 찾아왔다. 대부분 65세 이상인 노인이다.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한 의사·간호사·자원봉사자 등 25명의 봉사단은 삼삼오오 찾아온 동포 어르신을 따뜻하게 맞았다. 일일이 가슴에 카네이션도 달아주었다.

진료 시스템은 일반 병원과 같다. 혈압을 재고 채혈을 마친 뒤, 가정의학과·내과·신경외과·치과·피부과·한방 등 증상에 따라 순회하며 진찰받고 약도 탔다. 육식을 많이 하는 사할린에서의 생활 탓에 고지혈증·고혈압·당뇨가 특히 많았다. 한방 담당인 김용언(27) 공중보건의는 "누적된 과로로 인한 근육피로와 노인성 질환이 많다"고 했다.

고려인 아내를 따라 제천에 온 블라디미르 파뉴힌(69)씨는 "혈압이 높아 걱정인데 처방해주고 주의할 점도 친절히 얘기해주니 마음이 좀 놓인다"며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진짜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 제천 사할린동포영주귀국자회 양기운(66) 부회장은 "고국에서 맞은 첫 어버이날에 전문 의료진이 일부러 찾아와 진료해주니 기쁘고 고맙다"고 했다.

의료봉사단이 가져온 돈가스·수프·샐러드·바게트빵·과일 등의 점심 메뉴도 반응이 좋았다. 고기와 딱딱한 빵을 즐기는 식성을 고려했다. 열린의사회 고병석 이사장은 "고국에서 제2 인생을 시작한 어르신들에게 용기를 보태 드리려고 마련한 행사"라며 "아무래도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전국의 소규모 공동체를 앞으로도 계속 찾아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열린의사회는 올해로 창설 15주년을 맞은 순수 민간 의료봉사 단체다. 500명이 넘는 의료진과 1500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 및 후원회원이 있다. 그동안 총 400회 가깝게 진료에 나섰고, 이 가운데 올해 다녀온 인도·에티오피아·몽골·라오스를 포함해 해외 출장도 60차례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