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공간·반복되는 시간, 시각보다 감성을 흔드는 SF

던칸 존스 감독의 '소스코드'<사진>는 개봉 전부터 '제2의 인셉션'으로 불렸다. 두 영화 모두 진화한 SF물이란 점에선 동질적이다. 그러나 소스코드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거대한 꿈의 세계인 '인셉션'과는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단출하다. 그러면서도 93분의 길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펼쳐지는 지적 유희는 경쾌하고, 켜켜이 쌓아올린 감정의 무게는 묵직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 중이던 콜터 스티븐스(제이크 질렌할) 대위는 갑자기 시카고의 한 기차 안에서 깨어난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다른 사람이고, 맞은편에 앉은 크리스티나(미셸 모나한)는 처음 보는데도 계속 친근한 척을 한다. 깨어난 지 8분 후 기차는 폭발사고를 당하고 스티븐스는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알고 보니 그는 소스코드에 접속해 기차 폭발 테러에 희생된 한 교사의 죽기 전 8분으로 돌아가 테러범을 찾아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소스코드는 양자역학과 물리학을 바탕으로 한 최첨단 기밀 시스템으로, 과거 8분 전으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는 시공간 이동 프로그램. 스티븐스는 테러범을 찾을 때까지 콜린 굿윈(베라 파미가)의 지시를 받으며 교사의 마지막 8분을 반복해야 한다.

영화 중반부가 지나면 스티븐스 대위가 테러범을 찾기 위해 굳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군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인간에 대한 애정 때문에 끝까지 이 임무를 완수하고자 한다. 아무런 정보나 장비도 없이 달리는 기차 안에서 8분 동안 테러범을 찾아야 하는 임무가 있어서 별로 다르지 않은 상황의 8분이 계속 반복되는데도 관객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8분 만에 빠진 사랑 때문에 스티븐스 대령이 선택한 극단적 결말에 대해서도 수긍이 간다. 반복되는 8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쌓아올린 감정의 결은 꽤 촘촘하다.

데뷔작 '더 문'에서 존스 감독은 SF의 외피(外皮)를 쓴 드라마를 만드는 재능을 보여줬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SF의 장르적 특성을 화려한 특수효과가 아니라 관객의 감성을 흔들기 위해 이용했다. 물론 한 평(약 3.3㎡)도 안 되는 소스코드의 방과 기차 한 량만으로 이런 스릴과 드라마를 창조한 데에는 제이크 질렌할과 베라 파미가처럼 눈동자만 굴려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들의 몫도 크다. 이 영화로 존스 감독은 지적이면서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귀한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장면
마지막 8분이 끝나는 순간, 스톱 모션으로 기차 안 사람들의 웃고 있는 모습을 훑어준다.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사랑스러워진다.

#대사
“마지막 1초까지 당신과 함께 있겠어요”(1분 후에 기차가 폭발할 것을 아는 스티븐스 대위가 크리스티나에게 ‘죽기 전 1분이 남았다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자)

#이런 분들에게 추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다고 느끼시는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