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얄미운 正手

〈제7보〉(105~123)=바둑은 다양한 사고능력을 겨루는 게임이다. 필요한 능력은 시점(時點)에 따라 달라진다. 초반엔 상상력, 중반엔 완력과 전투력이 위력을 발휘하다가 종반에 접어들면 판단력과 계산력이 승부를 가른다. 몇 갈래의 길이 보일 때 어떤 길을 택할 것이냐의 문제다. 유리하면 안전한 길을, 불리하면 가시밭길로 들어서야 한다. 물론 전제는 정확한 형세 진단 능력이다.

105는 얄미운 정수. 좌변을 한 수로 안정한 흑은 106 때 다시 갈등에 빠진다. 110 자리 중앙 확장과 107로 하변을 지키는 두 곳 중 어디가 더 좋을까. 최광호는 107로 향했고, 이 선택은 옳았다는 결론. 두 곳의 크기는 비슷하지만 문제는 좌하귀의 뒷맛 유무였다. 참고1도의 경우 백의 좌하귀는 실전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

112에 113을 게을리하면 참고2도처럼 바로 수가 난다. 114로 봉쇄하자 흑은 120까지 선수로 좌변을 산 뒤 121로 중앙 대치(對峙)점을 차지했다. 다음에 '가'로 붙여가겠다는 위협. 그래놓곤 123 쌍립자리 급소에 두어 우중앙 백 5점을 챙긴다. 침착한 마무리로 흑의 반면(盤面) 10집가량 우세가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