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에 이어 이달 들어 임직원 비리가 드러난 제일저축은행에서도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지면서 5000만원 넘는 예금을 저축은행에 넣어둔 고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예금자보호법에서는 원리금(원금+이자) 5000만원 이하의 예금만 보장하고 있어서 만약의 경우 5000만원을 넘는 부분은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일저축은행은 전체 예금 3조4000억원 중 5000만원 이상 예금이 4300억원이며, 이들 고액 예금자들이 지난 3~6일 사이에 400억원을 빼갔다.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들은 5000만원 초과 예금을 무작정 인출하는 것보다는 분할해지(예금 중 일부만 인출하는 것)하는 방법을 택하면 손해를 최소화하면서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전액을 한꺼번에 찾아가면 중도 해지에 따른 이자 손해가 크기 때문에 5000만원을 넘는 액수만 따로 떼어내 찾아가라는 설명이다.
저축은행들은 정기예금에 연 5% 안팎의 이자를 지급하지만 중도에 해지하면 1~2%만 지급한다. 제일저축은행의 13개월 만기 정기예금(연이율 5.5%)의 경우 가입 후 한 달 안에 해지하면 1%의 금리만 지급하며, 6개월 1.75%, 9개월 2.3%의 이자를 준다. 5000만원을 넣어뒀을 경우 만기 전에 해지하면 적게는 18만원에서 많게는 150만원까지 손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금액이 5000만원 이상이면 손해는 더 커진다.
예를 들어 7000만원을 예금한 경우 2000만원만 해약하고 5000만원은 그대로 두면, 2000만원에 대해서는 중도 해지 이율을 적용받아 약간의 손해가 생기지만 나머지 5000만원은 약정한 이자도 받을 수 있고 정부로부터 예금보호도 받을 수 있다. 모든 저축은행에서 정기예금을 최대 3번까지 분할해지할 수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신호선 팀장은 "예금자보호법을 잘 이해하는 고객들은 5000만원 초과분을 해지한 뒤 즉석에서 가족 명의로 새로 가입하거나 다른 저축은행에 분산예치하면서 위험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5000만원 이하의 예금은 정부가 전액 보호하기 때문에 급하게 쓸 돈이 아니라면 굳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만기 전에 해지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번 제일저축은행 인출사태에서 중도해지한 고객의 90%가량이 5000만원 이하 예금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