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에게 짐 되는 것 같아…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 아버지와 나는 먼저 가마"

"폐를 끼쳐 미안하다. 너희에게 짐이 되는 것 같다. 우리가 가면 더 행복하게 살 것 아니냐.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치매와 암을 각각 앓던 60대 노부부가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부부는 어버이날 황금연휴를 맞아 함께 살던 아들 부부와 손자들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사이 목숨을 끊었다.

8일 오후 5시 30분쯤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모(69)·노모(62)씨 부부가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아내 노씨는 베란다 천장에 목을 매 숨져 있었으며, 남편 전씨는 침실 바닥에 숨진 채 누워 있었고 목이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노씨가 자필로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 앞으로 각각 쓴 유서 5장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고맙다. 미안하다. 아버지, 엄마가 같이 죽어야지 어느 하나만 죽으면 짐이 될 것이다'는 내용과 함께 '아버지 간호하기가 너무 힘들다. 몇 번이나 (죽을) 준비를 했지만, 이제야 간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의 명문대 법대 출신인 전씨는 직장생활을 했으나 법조인이 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30년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전씨는 지난해부터는 중증 노인성 치매를 앓아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불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노씨는 치매를 앓는 남편의 간병을 도맡아 해왔으나 7개월 전 유방암 수술을 받으면서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남편의 병시중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우울증을 앓던 노씨가 자녀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남편과 함께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남편 전씨는 목 졸린 흔적이 있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