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 이어 우간다 대사관 가는 외교관

"우간다에 가면 많이 자랑해야죠. '아버지 뒤를 이어 아들이 왔다'고요."

외교통상부 박종대(51) 참사관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駐)우간다 대사대리로 내정돼 이달 중 캄팔라(Kampala·우간다 수도)로 떠난다. 인생에서 두 번째의 우간다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박 참사관의 부친은 박영철(78) 전 주(駐)말라위 대사. 아버지도 1973년 2월부터 2년간 주우간다 한국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했었다. 독재자 이디 아민(1928~2003)이 우간다를 통치하던 시절, 한국은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형편이 더 나을 것도 없는 나라였다.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던 외교관의 근무 여건도 지금보다 훨씬 못했다. "그래도 저희 4형제는 날씨 좋은 우간다 생활을 즐거워했어요." 박 참사관은 "여섯 식구가 승용차 한 대에 몰려 타고 어느 국립공원에 놀러 갔던 일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박 참사관 부친이 근무했던 주우간다 대사관은 재외공관 축소 방침에 따라 1994년 폐쇄됐다. 그 후 17년간 우간다는 주케냐 대사의 '겸임국'에 머물렀다. 작년 말 외교부는 우간다 대사관을 다시 개설하기로 했다. 아프리카·중남미를 중심으로 한 자원·비즈니스 외교가 강조되던 시점이다. 대사관 재개설이란 중책을 맡을 대사대리직을 외교부 안에서 공모했다. 그 소식을 로마의 이탈리아 한국대사관에 있던 박 참사관도 들었다.

"아버지와 함께 살던 우간다에 자리가 생긴다니 저를 위해 준비된 인연 같았어요." 네살 된 외동딸을 데리고 가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근무 때도 따라갔던 아내는 기꺼이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우간다 대사대리직을 신청했고, 대(代)를 이은 우간다 근무 외교관 부자(父子)가 탄생하게 됐다. "아버지도 '우린 정말 우간다와 연이 깊구나' 하고 놀라셨어요."

박 참사관은 우간다에서 대사관 재개설 작업을 총괄하게 된다. 대사관 부지도 결정해야 하고, 통신시설 공사부터 현지 직원 채용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쳐야 한다. 그는 "1973년부터 2년 동안 다녔던 아가칸 스쿨의 동창들도 찾아보고 싶다"고 했다. "명문 학교였으니까 동창들이 좋은 외교 네트워크가 되어줄 겁니다."

그의 꿈은 올해 우간다 대사관 개설을 마무리하고 내년 캄팔라에서 가족모임을 갖는 것이다. 팔순을 바라보는 아버지도 "우간다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고 말한다. 다른 형제들도 "옛날에 살던 집에 찾아가 보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