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입양의 날'] 입양 권하는 입양 소녀

"나는 지금의 엄마 아빠가 좋아요. 친모가 날 입양기관에다 맡긴 것은 이런 좋은 부모님을 만나라고 하나님이 계획한 일인 것 같아요. 날 믿어주고 격려해주며, 사랑해주는 부모님이 내 옆에 그저 있는 자체로 행복해요. 엄마, 아빠는 모르죠? 내가 끔찍이 엄마와 아빠를 사랑한다는 사실을요. 사랑해요."

입양아 고예란(15·광주광역시 대자중3)양은 지난해 이런 내용의 편지로 '입양의 날' 기념 생활수기 공모전 편지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공개 입양아(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고 주변에 공개한 경우)로 성장한 예란양은 입양 활성화에 앞장선 점을 인정받아 오는 11일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다. 우리나라 정부 포상 역사상 수상자 중 가장 어린 나이다.

1996년 가정불화를 겪던 친부모의 품을 떠나 광주의 임시보호소에서 해외입양을 기다리던 예란이는 이듬해 보호소 자원봉사에 참여했던 엄진경(50)씨를 만나 모녀의 인연을 맺게 됐다. 엄씨는 "아들 둘이 모두 장성한 데다 늘 딸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보호소측의 추천을 받고 큰 망설임 없이 입양을 결정했다"고 했다.

엄씨는 예란이가 자라면서 입양 사실을 알렸고, 예란이가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왔다. 예란이가 크면서 '자매로 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2002년 막내딸 예빈(10)이도 입양했다.

예란이는 10살이던 지난 2006년 친모를 만났다. 예란이가 크면서 계속 "왜 친모가 자신을 키우지 못했느냐"고 물어왔기 때문이다. 엄씨는 "'널 낳아주신 고마운 분'이라고 가르쳤지만, 예란이가 계속 궁금해해 만날 수 있도록 했다"며 "예란이는 하지만 별다른 말을 하진 못했고, 오히려 그 이후 현재의 가족에 대한 애착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예란이는 부모님께 보낸 편지에서 "(다시 친모를 만날 날이 오더라도) 난 (지금의) 엄마 아빠와 행복하게 웃으면서 생활한다고 말하고 싶어요"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