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잃은 5월 증시

5월 증시는 미국 9·11 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되었다는 뉴스로 막을 열었다. 코스피지수는 2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4월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했지만, 이후 방향을 틀어 연일 마이너스(-)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가 이상으로 거침없이 치솟았던 유가와 금값, 은값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투자 심리마저 얼어붙었다. 유가·금리·환율 등 민감한 경제 변수들이 주식시장의 신경을 건드리면서 '5월 증시 조정론'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빈 라덴 사망 이후 시계(視界)가 더욱 불투명해진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유념해야 할 3대 포인트를 짚어본다.

◆'차·화·정' 대안을 찾아라

최근 증권가에서는 이른바 '차·화·정' 교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차·화·정이란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 상승을 이끌어 왔던 주도주인 자동차주·화학주·정유주 3인방을 말한다.

지난 5~6일 이틀간 국제 유가(WTI 기준)가 11% 폭락하면서 주도주들이 약세로 돌아서자 전문가들은 일단 화학·정유와 같은 주도주가 예전처럼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마스터PB는 "주도주가 그동안 많이 올랐기 때문에 당분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도주 3인방 가운데 자동차 업종은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진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 주요 자동차메이커들의 생산 감소로 물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이 와중에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점유율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주도주 교체를 논할 시점이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강영진 한맥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도주는 긍정적인 업황 전망과 견조한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가격 약세가 주도주 교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배짱 투자는 버려라

유가급락 쇼크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선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가 급락이 글로벌 경기 둔화를 선반영하고 있어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유형석 대우증권 PB컨설팅팀장은 “올 초만 해도 부자들 사이에선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컸지만, 이달 들어선 눈높이를 낮추고 연 10%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상품(ELS, DLS, 절대수익형 헤지펀드 등)에 눈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의 단기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유 팀장은 “돈을 1년 이상 장기로 묶기보다는 3~5개월 단위로 짧게 굴리면서 시장을 관망하려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주식 보유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롤러코스터 주의하라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급등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이달 들어 7조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김용구 대신증권 컨설팅랩팀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종료(6월)를 앞둔 5월은 투자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며 “달러화와 원자재값 추이를 지켜보면서 하반기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시황팀장도 “주가의 오르내림이 커지는 시기엔 개인투자자가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며 “차라리 매매를 쉬면서 시장이 안정되는 것을 확인하고 들어가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