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75% "이번 달 기준금리 오를 것"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오는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거란 의견들이 많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긴 했지만 한은 고위 관계자는 "유가 하락세는 일시적 현상이지, 추세적으로 유가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유가 급락으로 인해 물가가 갑자기 떨어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여전히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3±1%)를 웃돌아 4.2%를 기록했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도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물가를 잡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꼽는다. 그러나 한편에선 유럽 재정위기가 끝나지 않았고 글로벌 경기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기 때문에 5월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하기도 한다.

◆채권 전문가 75%, "5월 기준금리 인상할 것"

경제·투자전문 온라인 매체 조선비즈(Chosunbiz.com)가 10일 채권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오는 1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5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응답이 75%(15명)에 달했다.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은 데다 김중수 한은 총재의 '베이비 스텝'(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지난달 동결에 이어 이번 달에는 인상할 거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작년 11월부터 격월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더욱 커졌다. 물가안정기조가 '보다' 확고히 유지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국제유가와 농수산물 가격이 떨어지긴 했지만 물가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지난 4월에는 전월보다 0.1%포인트 오른 4%를 기록했다. 그만큼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은 이번 달부터 4.8% 인상됐다. 전기료는 7월부터 오를 것으로 보이고, LPG(액화석유가스) 업계에선 당장 6월부터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소리들이 나온다.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은 하반기에 시내버스·지하철·상하수도료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는 여전

글로벌 경기 상승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발표된 미국의 신규 실업자 수는 당초 예상과 달리 47만명을 넘어서며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발표된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은 1.8%(연율 기준)로 예상치(2%)를 밑돌았다.

그리스 등 남유럽 재정적자 문제도 글로벌 경기의 '휴화산(休火山)'이다. 9일 국제신용평가사 S&P는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두 단계나 하향조정하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 추가 강등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에 앞서 5일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로 유지한 후 6월 인상도 시사하지 않았다. 5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 이재승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를 기록하며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넘었음에도 ECB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그만큼 세계 경기를 불확실하게 본다는 증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