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답사기 '시즌 2' 시작한 셈"

"다시 답사기로 돌아왔습니다. 드라마로 치면 '시즌 2'를 시작한 셈이죠."

유홍준(62)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밀리언셀러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 '인생도처유상수(창비)'를 펴냈다. 금강(金剛)을 예찬한 다섯 번째 책이 나온 지 10년 만이다.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영웅본색'과 '부시맨'은 2부가 1부보다 재밌었는데, 내 책도 그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1993년 1권 '남도답사 일번지'로 시작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전국적 답사 열풍을 몰고 온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다. 국내편 세 권과 북한편 두 권까지 모두 260만부가 팔렸다. 그는 "이번엔 어떤 시각에서 문화유산 이야기를 전달할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결론내렸다"고 했다. "조미료 치지 않고 진솔하게 썼습니다. 애당초 답사기를 쓰는 것을 염두에 두고 답사를 다닌 적이 없어요. 미술사를 공부하는 현장이라 찾아갔고, 혼자 좋아하기 아까워 학생들과 답사객을 안내하면서 글로 옮겼을 뿐이죠."

책은 서울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경복궁과 광화문 이야기로 문을 연다. 조선시대 궁궐 미학의 총체적 공간인 경복궁에 대해 그는 "북한산·북악산·인왕산 같은 주변 자연을 경관으로 끌어안은 경복궁의 건축 미학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독보적"이라고 감탄한다. 충남 부여 구석구석에서 백제 미학의 정수를 발견하고, 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 전남 순천 선암사의 풍경을 예찬하며 컬러사진에 담았다.

그는 "전작들을 쓸 때는 문화재관리 실태를 비판하면서 '도대체 문화재청은 뭐하고 있는 거냐' 한 마디만 쓰면 그만이었는데, 이번엔 그럴 수 없었다"며 "왜 그런지, 개선책은 무엇인지까지 얘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4년간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하면서 관리자로서 경험한 현장 이야기도 곳곳에 녹아 있다. 광화문 월대 복원에 쓸 박석(薄石)을 찾아나선 이야기, 종갓집 맏며느리 간담회, 개방금지를 능사로 아는 문화재 관리행정을 깨고 경회루를 개방한 일화가 재미있다.

신간 제목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는 옛시 구절 '인간도처유청산(人間到處有靑山)'에서 따왔다.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무수한 상수(上手)들의 노력이 있었고,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지키며 살아가는 필부 또한 인생의 상수들이죠. 곳곳에 존재하는 이름 없는 고수들,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며 깨달음을 얻은 상수들에 대한 경의를 표현한 겁니다." 경복궁 근정전 앞뜰의 박석이 지닌 가치를 알아챈 경복궁관리소장, 봄나물을 줄줄 꿰고 있는 무량사 사하촌 할머니들, 노비 출신으로 경회루의 대역사를 이뤄낸 박자청…. 문화재에서 끌어낸 사람의 이야기가 맛깔나게 펼쳐진다.

신간 발행에 맞춰 이전의 다섯권도 모두 개정판을 내 전집으로 묶었다. 유 교수는 "다시 시작한 답사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기약할 수 없다"면서도 "다음은 일단 제주편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으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