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산호초 군락지의 父子… 대자연서 담담한 이별을 배우다

멕시코 신인감독 페드로 곤잘레스-루비오의 '알라마르'는 이별을 앞둔 아버지와 아들의 마지막 동반 여정(旅程)을 그린 독립영화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신선한 체험을 안겨주었다. 로테르담영화제 작품상, 마이애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등을 받았다.

자연의 삶을 꿈꾸는 멕시코 남자 호르헤(호르헤 마차도)와 도시의 삶을 원하는 이탈리아 여자 로베르타(로베르타 팔롬비니). 한때 운명적 사랑이라고 믿었던 두 사람은 현실의 벽에 맞닥뜨리자 결국 헤어지기로 결정한다. 로베르타가 아들 나탄(나탄 마차도 팔롬비니)을 데리고 로마로 떠나기 전, 호르헤는 나탄과 함께 고향 바닷가로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나탄의 할아버지가 어부로 살아가는 그곳은 멕시코에서 가장 큰 산호초 군락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실제 가족이다.

영화는 수채화 같은 화면과 단순하면서도 시적인 연출을 통해 대자연 속 삶을 그린다. 3대(代)가 낚시를 하며 물고기와 바닷가재를 잡는 일상을 아이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카메라는 시종일관 담담하다. 나탄은 물고기와 바닷새의 이름을 익히고 스노클링과 낚시, 악어를 조심하는 방법을 배우며 도시의 때를 씻어낸다. 수상 가옥에 날아든 백로에게 나탄은 '블랑키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친구처럼 지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영화가 문명을 부정한 채 자연 속 삶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나탄이 처음 정을 붙인 블랑키타는 어느 날 훌쩍 날아가 버렸고, 꿈같은 바닷가 생활도 언제까지 이어질 수는 없다. 블랑키타가 홀연 떠나듯 나탄도 이별을 해야 한다. 호르헤는 때론 폭풍도 몰아치고 이별 같은 덧없음도 상존하지만 모든 것을 포용하는 자연의 모습을 통해 도시로 떠나는 아들 나탄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를 가르쳐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장 전해주고 싶은 것은,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바로 사랑이다.

영화는 우리가 잊고 외면해 오던 원초적 세계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환기시켜 준다. 이를 통해 관객의 마음도 정화(淨化)되고 치유된다. 영화제목은 '바다로(To the Sea)'라는 뜻. 19일 개봉. 모든 연령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장면
물 위에 떠 있는 수상 가옥에서 바다 위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호르헤와 나탄. 자연과 근원적 교감을 하고 있는 듯하다.

#대사
"바다를 사랑해야 돼. 안 그러면 불행해져. 속이 울렁거리고 주변의 모든 게 꼴 보기 싫어지지"(나탄의 할아버지가 바닷가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런 분들에게 추천
어린 시절 아득한 기억을 되살리고 싶은 분들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