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물 오른쪽은 숲… '아름다운 지옥'

진짜 골퍼들의 무덤은 마지막 18번홀이었다.

하지만 이 18번홀은 세상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소문난 파3홀인 17번홀에 세상의 이목을 온통 떠넘겨 놓고는 '음지'에서 골퍼들의 운명을 주재했다. 이 코스의 설계자는 진짜 위기는 위기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찾아온다는 교훈이라도 주고 싶었던 것일까.

해마다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 18번홀(파4·462야드) 이야기다.

총상금 950만달러(약 102억원)가 걸려 있는 데다 톱스타들이 대거 출전해 '제5의 메이저'라고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12일 밤(한국시각) 개막한다.

지난달 초 마스터스 출전 이후 왼쪽 무릎 인대 부상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던 타이거 우즈(미국)를 비롯해 세계 랭킹 2위 마르틴 카이머(독일), 3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4위 필 미켈슨(미국), 5위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 등 상위 랭커가 대거 출전한다. 세계 1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는 나오지 않는다.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는 처음부터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위해 생겼다. 1982년 이 코스에서 대회가 처음 열리자 골퍼들은 좁은 페어웨이와 단단하고 빠른 그린, 끝없이 등장하는 워터 해저드, 벙커에 진절머리를 냈다. 벤 크렌쇼(미국)는 "악의 화신인 다스 베이더가 설계한 스타워즈 골프 같다"고 악평했다. 이 코스 설계자가 다름 아닌 '골프계의 사드 후작'이란 별명을 가진 미국의 피트 다이(86)와 그 아내 앨리스였다. 사디즘(가학증)이란 말의 유래가 된 그 사드 후작. 다이는 '모든 골퍼들이 날 죽이고 싶도록 코스를 만들고 싶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이 코스에서도 17번과 18번홀은 골퍼의 마지막 숨통까지 조이는 '원투펀치' 같은 존재다.

워터해저드에 둘러싸인 '아일랜드 홀' 17번홀(파3·137야드)은 이 코스를 대표하는 '시그너처 홀'이다. 거리는 짧지만 바람을 가늠할 수 없어 많은 골퍼들이 공을 물에 빠트렸다. 지난해 이 대회 4라운드에서도 9차례나 공이 물속으로 들어갔고 2005년에는 4라운드에서만 무려 28개의 공이 물에 빠져 선수들을 절망에 빠트렸다.

하지만 정작 가장 어려운 홀은 18번홀이다. 역대 홀별 난이도에서도 17번홀이 평균 타수 3.126으로 난도 8위인 데 반해 18번홀은 4.363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이 대회 18번홀에서 나온 버디는 30개에 불과했다. 파가 269개, 보기 102개, 더블보기 23개, 그 이하도 5개가 나왔다.

한마디로 프로도 파를 잡기 어려운 홀이다. 공을 떨어뜨릴 위치의 페어웨이 폭은 27m밖에 안 되는데, 코스 왼쪽을 따라 워터 해저드가 있고 오른쪽으론 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2008년 폴 고이도스(미국)는 파만 잡아도 되는 이 홀에서 티샷을 오른쪽 나무 쪽으로 떨어뜨려 보기를 기록했고, 결국 연장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에게 우승컵을 넘겨줬다. 메이저를 세 차례 우승한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투어에서 가장 어려운 홀"이라고 했고, 스튜어트 싱크(미국)는 "충분한 병력도 없이 전장에 나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