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危機 모면

〈제10보〉(169~187)=바둑 한 판의 무대는 종횡 361로(路)에 달하는 광활한 공간이다. 승리 또는 패배는 150수 안팎에 달하는 우군 병사들의 피와 땀이 켜켜이 쌓인 결과물이다. 하지만 단 한 수의 실수나 묘착에 의해 승부가 바뀌기도 하는 게임이 또한 바둑이다. '공든 탑'은 수시로 무너지고, '다 된 밥'에 '코' 빠뜨린 채 탄식하는 광경은 수없이 반복된다.

△는 이른바 승부수. 자칫 잘못 응수했다간 지금껏 지켜온 흑의 우세가 하루 아침에 사라질지 모른다. 최광호는 마치 날아가려는 새를 덮치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169에 막았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매우 현명한 정착. 170~172 이후 175의 곳까지 백에게 선수(先手)가 되는 걸 감수하면서 한순간 역전이란 참극을 피했다. 참고도 1로 버텼다간 2로 젖혀 좌변서 백이 똬리를 트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는 것.

177까지 선수로 백이 꽤 득을 봤다. △의 치중(置中) 효과다. 하지만 앞서가는 흑을 따라잡기엔 아직도 거리가 있다. 183까지 다시 선수 끝내기. 186이 마지막 큰 곳이지만 187이 또한 아프다. 중원의 국경은 어느 선에서 그어질까. 천신만고 속에 100 여 수를 들여 쌓아온 흑의 '승리탑'은 무사히 완성된 모습으로 위용을 드러내게 될까. 최후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