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주택경기가 살아난 진짜 이유는? 공장 돌아가는 소리에… 집값 저절로 들썩들썩

11일 부산시 강서구 신호지방산업단지. 김해공항에서 거제도 방향으로 30분쯤 차를 달리자 왕복 6차로 사이로 축구장만 한 대형 공장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공장 간판도 눈에 익었다. 삼성자동차·삼성전기·농심·성광벤드…. 자동차와 조선기자재, 염색·화학 등 중화학 공장이 대부분이었고 바로 옆 부산 신항에서는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대형 크레인이 분주히 움직였다. 대림산업 장우현 분양사무소장은 "최근 2~3년 사이 신호단지 내 공장들이 활기를 띠면서 지역 경제도 살아나고 있다"며 "이 여파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명지택지지구 아파트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역산업 살아나자 주택경기도 회복

건설사들의 '무덤'으로 불리던 지방 분양 시장이 달라졌다. 시작은 부산이었다. 지난해 10월 부산 사하구에서 '당리 푸르지오'가 평균 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이후 '해운대 자이', '정관 롯데캐슬' 등이 연거푸 분양에 성공했다. 신규 분양뿐 아니라 기존 주택 가격도 최근 1년 사이 10~20%씩 올랐다.

부산의 주택 시장이 회복된 것은 지역 경제가 살아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960년대 이후 주력 산업이었던 신발·고무 제조 등 경공업이 2000년대 들어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중공업으로 바뀌면서 이들 기업의 실적이 부쩍 좋아졌다. 이에 따라 2000년 7.1%였던 부산의 실업률은 지난해 3.6%로 떨어졌고 제조업 직원 1인당 연간 급여액은 1486만원(2000년)에서 2584만원(2009년)으로 늘었다. 명지동 황금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집을 사겠다고 찾아오는 사람 중에 신항만이나 신호공단에서 일하는 직원이 상당수"라며 "미분양 주택도 삼성자동차 직원들이 하나둘씩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미분양 주택이 1000가구가 넘었던 경남 양산신도시는 올 들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최근 분양에 나선 '양산 우미린'은 최고 2.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02년 당시 3.3㎡당 400만원대에 분양했던 아파트는 최근 600만~700만원에 거래된다. 양산신도시는 인근에 넥센타이어, 롯데제과, 코카콜라 공장 등이 들어선 어곡산업단지와 주변 공장들이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다. 인구 25만명의 양산시에는 1500여개 기업에 4만300여명이 근무한다. 이들 기업의 연간 매출은 7조300억원에 달한다.

◆부산서 울산·거제도로 출퇴근

부산 주변의 울산, 거제도에서 활동 중인 기업체들의 실적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크게 개선된 것도 부산 집값 상승의 촉매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특히 부산~울산고속도로(2008년 말)와 거가대교(2010년 말)가 최근 잇따라 개통되면서 울산(현대자동차·에쓰오일·현대중공업 등)과 거제도(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자녀 교육과 편리한 생활을 위해 부산으로 유입되는 모습이다. 두 달 전 울산에서 부산 해운대로 이사 온 김모(52)씨는 "고속도로를 타면 집에서 직장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다"며 "애들 교육뿐 아니라 주말에 가족 나들이하기에도 좋아 이사했다"고 말했다.

외지에서 인구가 계속 유입되면서 해운대 센텀시티에 있는 롯데·신세계백화점은 평일 낮에도 1층 로비와 식당가 등이 손님으로 넘쳤다. 신세계 센텀시티점 관계자는 "주중 평균 고객 수가 5만명, 주말에는 최대 15만명이 다녀갈 정도"라며 "울산·거제·김해·양산 거주자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역 경제가 호황을 이루면서 부산의 집값이 올랐다"면서 "부동산 경기는 주택 수급 외에도 지역 경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