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우의 팝 컬처] '허병국'과 '박만식'이 반한 한국의 재즈 관객
입력 : 2011.05.12 23:25 | 수정 : 2011.05.13 10:24
내한연주 가진 허비 행콕열광적인 호응에 매료돼
관객 앞에서 덩실덩실 춤
'한국은 늘 오고 싶은 곳'
팻 메시니도 한국 예찬
'잊을 수 없는 도시'로 기억
세계 최고의 재즈 뮤지션 '허병국'과 '박만식'이 지난 10일과 11일 연달아 서울 무대에 올랐다. 지금도 그 황홀한 무대의 잔영(殘影)을 떠올리면 미소 짓게 된다.
한국의 열광적인 재즈 팬들은 미국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71)에게 '허병국'이란 이름을, 미국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57)에게 '박만식'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각각 경희대 평화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선 허병국과 박만식은 한국 팬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두 사람 모두 이미 한국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허비 행콕은 "한국 관객들의 환호성을 듣고 싶어 서울에 다시 왔다"고 말했다. 고희(古稀)를 넘긴 노장은 앙코르 연주를 마친 뒤 무대 앞까지 몰려든 관객들 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팻 메시니는 "한국은 어쩐지 공기에도 음악이 떠다니는 것 같아 늘 오고 싶은 곳"이라며 "내가 사는 뉴욕의 줄리아드 음대엔 또 얼마나 뛰어난 한국 뮤지션들이 많은가"라고 말했다.
허비 행콕은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상인 그래미상을 13번이나 받은 정상의 재즈 피아니스트이다. 그가 피아노와 키보드, 또 기타와 키보드를 합친 모양이라 해서 '키타(keytar)'라고 불리는 악기를 어깨에 메고 신들린 듯 연주할 때, 관객들은 음악예술의 정점(頂點)을 실시간으로 체험했다.
그래미상으로 따지면 팻 메시니가 한 수 위다. 그는 17번이나 그래미 트로피를 안았다. 그는 기타 7대가 한 대에 따라 붙어 있는 듯한 형상의 42현 기타를 연주한다. 기타를 해체해 추상화한 것 같다고 해서 '피카소 기타'라고 불리는 이 악기는 심해어(深海魚)처럼 기괴하게 생겼다. 그러나 이 기타에서 7가지 현악기의 아름다운 화음이 울릴 때, 관객들은 마치 피카소가 캔버스에 붓질하는 현장을 목격하는 듯 감동으로 얼어붙었다. 특히 팻 메시니는 자신의 음악적 스승이자 최고의 비브라폰 주자인 게리 버튼(68)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허병국'과 '박만식'이 연이틀 서울 무대에 선 것은 대단한 사건이다. 영화배우로 치면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연달아 한국에 온 것이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 서울 근교 골프장에서 함께 경기를 하는 것에 비유할 수도 있다. 축구팬들은 메시와 호날두가 동시에 상암경기장에 나타난 장면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세계적 뮤지션들이 한국 무대에 오르는 것은 관객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옆 나라 일본에 비하면 관객 수는 거의 10분의 1 수준이다. 호주와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르지 않고 대만과 중국으로 가는 뮤지션들도 많다. 그러나 한 번 내한무대에 서 본 외국 뮤지션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한국 관객이 세계에서 가장 열광적"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그들에게 서울을 '잊을 수 없는 도시'로 만든다.
한국의 열광적인 재즈 팬들은 미국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71)에게 '허병국'이란 이름을, 미국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57)에게 '박만식'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각각 경희대 평화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선 허병국과 박만식은 한국 팬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두 사람 모두 이미 한국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허비 행콕은 "한국 관객들의 환호성을 듣고 싶어 서울에 다시 왔다"고 말했다. 고희(古稀)를 넘긴 노장은 앙코르 연주를 마친 뒤 무대 앞까지 몰려든 관객들 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팻 메시니는 "한국은 어쩐지 공기에도 음악이 떠다니는 것 같아 늘 오고 싶은 곳"이라며 "내가 사는 뉴욕의 줄리아드 음대엔 또 얼마나 뛰어난 한국 뮤지션들이 많은가"라고 말했다.
허비 행콕은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상인 그래미상을 13번이나 받은 정상의 재즈 피아니스트이다. 그가 피아노와 키보드, 또 기타와 키보드를 합친 모양이라 해서 '키타(keytar)'라고 불리는 악기를 어깨에 메고 신들린 듯 연주할 때, 관객들은 음악예술의 정점(頂點)을 실시간으로 체험했다.
그래미상으로 따지면 팻 메시니가 한 수 위다. 그는 17번이나 그래미 트로피를 안았다. 그는 기타 7대가 한 대에 따라 붙어 있는 듯한 형상의 42현 기타를 연주한다. 기타를 해체해 추상화한 것 같다고 해서 '피카소 기타'라고 불리는 이 악기는 심해어(深海魚)처럼 기괴하게 생겼다. 그러나 이 기타에서 7가지 현악기의 아름다운 화음이 울릴 때, 관객들은 마치 피카소가 캔버스에 붓질하는 현장을 목격하는 듯 감동으로 얼어붙었다. 특히 팻 메시니는 자신의 음악적 스승이자 최고의 비브라폰 주자인 게리 버튼(68)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연주해 감동을 더했다.
'허병국'과 '박만식'이 연이틀 서울 무대에 선 것은 대단한 사건이다. 영화배우로 치면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연달아 한국에 온 것이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 서울 근교 골프장에서 함께 경기를 하는 것에 비유할 수도 있다. 축구팬들은 메시와 호날두가 동시에 상암경기장에 나타난 장면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세계적 뮤지션들이 한국 무대에 오르는 것은 관객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옆 나라 일본에 비하면 관객 수는 거의 10분의 1 수준이다. 호주와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르지 않고 대만과 중국으로 가는 뮤지션들도 많다. 그러나 한 번 내한무대에 서 본 외국 뮤지션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한국 관객이 세계에서 가장 열광적"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그들에게 서울을 '잊을 수 없는 도시'로 만든다.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는 몇 년 전 한국 공연을 마친 뒤 트위터에 "한국인들은 맨체스터 사람들처럼 열광적이다"라고 올렸다. 이 글을 읽은 일본 팬들이 분노했다. "우리보다 한국 관객 수가 훨씬 적은데 이럴 수 있느냐"며 일본 인터넷이 부글부글했다. 그때 누군가 오아시스의 한국 공연 동영상을 올렸다. 모든 관객이 모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영상이었다. 일본 팬들은 "우리는 저렇게 못하잖아" 하더니 바로 조용해졌다.
한국의 대중문화를 알리는 '한류(韓流)'는 TV 드라마와 비보이, 아이돌그룹 위주로 전파돼왔다. 한국 아이돌그룹들이 아시아 시장을 넘어 유럽까지 진출했고, 조만간 남미까지 갈 것이란 소식도 들린다. 연예기획사가 만들어낸 댄스그룹뿐 아니라 음악이 좋아 자생적으로 조직된 밴드들도 외국 무대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 3월엔 갤럭시 익스프레스, 이디오테입, 비둘기우유 등 세 밴드가 '서울소닉'이란 이름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한 달간 돌며 공연했다. 주로 클럽 공연이었지만 무척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들이 외국으로 진출해 한국 대중문화를 알리고 있다면, 내한공연 관객들은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입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있다. 한국 무대에 서 본 뮤지션들은 뉴욕과 런던·파리에 돌아가 한국 관객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계적 음악 스타들이 한국을 언급하면 그 효과는 대단하다. 이 소문을 들은 다른 뮤지션들은 다음번 아시아 투어 때 한국 공연을 적극 고려하게 된다. 서울은 세계적인 '라이브 공연의 도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한국의 열광적인 관객들을 '또 하나의 한류'라고 부르고 싶다. 허비 행콕과 팻 메시니에게 한국 이름을 붙여준 그 무명(無名)들의 열정이 자랑스럽다. 이미 작고한 재즈의 거성 '최백호(쳇 베이커)'와 '마대수(마일스 데이비스)'도 천국에서 후배 뮤지션들을 부러워할 것이다.
한국의 대중문화를 알리는 '한류(韓流)'는 TV 드라마와 비보이, 아이돌그룹 위주로 전파돼왔다. 한국 아이돌그룹들이 아시아 시장을 넘어 유럽까지 진출했고, 조만간 남미까지 갈 것이란 소식도 들린다. 연예기획사가 만들어낸 댄스그룹뿐 아니라 음악이 좋아 자생적으로 조직된 밴드들도 외국 무대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 3월엔 갤럭시 익스프레스, 이디오테입, 비둘기우유 등 세 밴드가 '서울소닉'이란 이름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한 달간 돌며 공연했다. 주로 클럽 공연이었지만 무척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들이 외국으로 진출해 한국 대중문화를 알리고 있다면, 내한공연 관객들은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입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있다. 한국 무대에 서 본 뮤지션들은 뉴욕과 런던·파리에 돌아가 한국 관객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계적 음악 스타들이 한국을 언급하면 그 효과는 대단하다. 이 소문을 들은 다른 뮤지션들은 다음번 아시아 투어 때 한국 공연을 적극 고려하게 된다. 서울은 세계적인 '라이브 공연의 도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한국의 열광적인 관객들을 '또 하나의 한류'라고 부르고 싶다. 허비 행콕과 팻 메시니에게 한국 이름을 붙여준 그 무명(無名)들의 열정이 자랑스럽다. 이미 작고한 재즈의 거성 '최백호(쳇 베이커)'와 '마대수(마일스 데이비스)'도 천국에서 후배 뮤지션들을 부러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