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 장애인 마라톤 대회 엽니다"

14일 오전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남북한 장애인걷기 운동본부'(총재 박성구 신부) 주관으로 장애인과 가족 등 3000여명이 참가하는 '남북한 장애인 복지대회 및 마라톤대회'가 열린다. 장애인에게 휠체어 등을 전달하고 시각장애·언어청각·지적장애로 나눠 3.4㎞ 마라톤대회를 열고, 공연과 장기자랑도 펼친다. 북한의 장애인들을 위해 '남북이 함께하는 장애인의 날을 제정하자'는 대북 메시지도 발표할 예정이다.

대회장을 맡은 봉두완(77) 천주교한민족돕기회장은 "자식이나 주변 사람이 장애인임을 숨기고 쉬쉬하는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며 "편견을 없애고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행사"라고 했다.

"장애아 딸을 자꾸 감추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1989년 교황(요한 바오로 2세)이 한국에 왔을 때 수행한 몬시뇰(가톨릭 고위 성직자)들이 그 친구 집에서 저녁을 먹게 됐어요. 몬시뇰들이 딸한테 '아이 러브 유'라고들 하니까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 이후 친구는 딸을 밖으로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죠." 봉 회장은 "장애인시설을 만든다고 하면 집값 떨어진다며 반대하고, 이른바 지도층도 말로만 장애인을 얘기하기 일쑤"라며 "누구나 언제라도 장애인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봉 회장이 박성구 신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대 초반 마포지역 국회의원 시절이다. 성산동에 '텐트 성당'을 차린 박 신부가 장애인들을 맨 앞에 앉히고는 "작은 예수들"이라고 말해 감동했다고 한다. 이후 그와 함께 장애인을 돕기 위한 활동에 나섰다. 그동안 전달된 장애인 보조장구만 20억원어치에 이른다. 봉 회장은 "훨씬 편하고 생색나는 일도 많은데 왜 그렇게 고생스러운 일만 하고 다니냐는 사람도 많지만 장애인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고 했다.

언론인 출신인 봉두완 회장은 두 차례 국회의원과 광운대 교수를 지냈다. 그는 경기도 의왕에 있는 한센병 환우 요양원 '성 라자로 마을'도 40년 가까이 후원하고 있다. 28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라자로돕기자선음악회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