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석 5주기… '산불' 연출 임영웅, "6·25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무대로"

"차범석 선생님은 제자와 후배를 아끼면서도 호되게 야단친 마지막 스승, 선생이었다. '산불'은 6·25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 탄생한 희곡이지만 지금 그걸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번 연극은 선생님을 추모하면서 6·25를 재인식시키는 무대로 만들겠다."

극작가 차범석(1924~2006) 5주기를 맞아 그의 대표작 '산불'(6월 5~2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을 올리는 연출가 임영웅은 12일 제작발표회에서 "5·16 이듬해인 1962년 초연된 '산불'에는 반공극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면서 "전쟁이 인간성을 말살한다는 작가의 뜻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불' 이전에 우리 작가가 쓴 연극엔 관객이 많지 않다는 게 상식이었다. 그런데 명동극장 초연 당시 현관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대성황이었다. 잘 만들면 창작극도 대중적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한 작품이다."'산불'은 연극인 대상 설문조사에서 한국 현대연극 베스트3에 꼽힌 수작이다. 영화·드라마·오페라·뮤지컬·창극 등으로도 공연될 만큼 '희곡의 교과서'로 통한다. "사람은 속이 차고 대나무는 껍질이 차야지" "설 지난 무우, 서른 지난 기집" 같은 대사도 좋다.

이야기는 6·25 전쟁으로 오뉴월 은어처럼 펄펄 뛰던 청년들은 다 잡혀가고 여자들만 남은 산골 마을에서 펼쳐진다. 탈영한 인민군 규복(조민기)을 점례(서은경)가 대밭에 숨겨주고 사월이(장영남)가 이를 알아채면서 애욕의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임영웅은 "눈 오는 장면과 대밭에 불이 나는 엔딩이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1600석짜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극이 공연되기는 2년여 만이다. 제작비 8억원이 들었다. 강부자·권복순·조민기·장영남·서은경 등 출연진도 탄탄하다. 강부자는 차범석이 이끈 극단 산하 출신이고, 청주대를 졸업한 조민기는 차범석의 제자였고, 권복순은 최씨 역을 맡아 이 연극이 3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