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손가락에 우승반지 11개 끼고… NBA 명장 잭슨 감독, 전설속으로

'명가(名家)'의 퇴장은 쓸쓸했다. NBA에서 가장 많이 정상에 올랐던 보스턴 셀틱스(17회 우승)와 LA 레이커스(16회 우승)가 나란히 동·서부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 떨어졌다. 두 팀은 챔피언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겨뤘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엔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졌다.

◆필 잭슨 퇴진… 레이커스는 어디로

레이커스는 2000년대 최고의 팀이다. 우승 5번, 준우승 2번을 했다. 이런 위업의 주인공이자 팀의 정신적인 구심점이던 필 잭슨(66) 감독이 지휘봉을 놨다. 그는 12일 현지 언론과 시즌 결산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감독으로) 돌아올 계획이 없다"며 "감독으로 이뤘던 일들에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레이커스가 9일 끝난 플레이오프 서부 4강전에서 댈러스 매버릭스에 4연패 하며 탈락한 지 사흘 만에 공식적으로 은퇴를 밝힌 것이다.

잭슨 감독은 NBA 역대 최다 우승 감독이다. 시카고 불스 사령탑 시절 텍스 윈터(89) 코치가 고안한 '트라이앵글 오펜스(삼각 공격)'를 발전시켜 6번 챔피언(1991~1993년, 1996~1998년)에 올랐고, 레이커스로 옮겨와 우승 반지를 5개(2000~2002년, 2009~2010년) 더 모았다. 불스에선 마이클 조던(은퇴), 레이커스에선 코비 브라이언트라는 수퍼스타와 호흡을 맞췄다.

잭슨 감독은 '젠 마스터(Zen master)'로도 통했다. 선(禪) 같은 동양 사상에 심취해 선수들에게 운동 외에 요가·명상·독서를 시켰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려다 3연속 우승을 위해 다시 지휘봉을 잡았지만 가라앉는 레이커스를 건져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레이커스는 매버릭스와의 4강 시리즈 때 믿기 어려울 만큼 무기력했다. 발목이 좋지 않은 브라이언트는 폭발적인 골밑 돌파가 부담스러워 점프슛에 의존했다. 일부 선수들은 전술적인 이해가 떨어져 우왕좌왕했고, 공이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았다. 동료끼리 불화가 생기면서 팀워크도 형편없었다. 제리 웨스트, 매직 존슨 등 왕년의 레이커스 스타들이 공개적으로 후배들을 질책했을 정도였다. 잭슨 감독마저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전패하기는 처음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레이커스 구단측은 조만간 기존의 브라이언 쇼 코치를 비롯한 새 감독 후보들 중에서 잭슨 감독의 후임자를 고를 예정이다.

◆'빅 스리(big three)' 한계 왔나

보스턴 셀틱스는 12일 마이애미 히트와 벌인 동부 플레이오프 4강 5차전에서 87대97로 역전패해 1승4패로 탈락했다. 4쿼터 종료 4분15초 전까지 87―81로 앞섰는데 남은 시간 동안 '0―16'으로 끌려갔다.

'빅 스리'인 케빈 가넷(15점), 폴 피어스(12점), 레이 앨런(18점)이 45점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평균 연령이 만 35세인 이들은 전성기 때의 운동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2008년 우승, 작년 준우승에 이어 우승에 재도전했던 셀틱스의 꿈도 사라졌다. 노쇠해가는 셀틱스로선 시카고 불스의 데릭 로즈(23·정규리그 MVP)처럼 팀을 재건할 젊은 스타가 아쉬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