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4집 반 승

〈제11보〉(188~221)=10대 소년이 프로가 되면 '천재소년'으로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현재 40대 이상 고참 프로기사들 대부분은 20세가 훨씬 넘어 입단했다. 80년대 이후 사회 전 부분에 불어닥친 영재교육 바람 속에 바둑 지망생들의 프로데뷔 연령도 대폭 낮아졌고, 급기야 18세를 넘긴 연구생들은 '퇴출'되는 시대까지 왔다. 바둑계 전체 그림에서 보자면 평균수명 연장과 함께 노장 프로들은 적체되고 바둑계 주류는 갈수록 연소화돼 간다. 이 사회현상을 바둑계보다 더 절실히 체감하는 분야도 드물 것이다.

종착역이 가까워 온다. 188은 최선의 수비. 흑은 참고도 1로 두고 싶지만 6까지 몰아 떨어뜨리기에 걸려 잘 안 된다. 191은 9집이 강한 큰 자리. 이후는 피차 종국을 향해 묵묵히 유휴지(遊休地)를 메워가는 과정이다. 패배가 유력한 쪽은 괴롭고, 승리를 눈앞에 둔 쪽은 더욱 긴장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하변에서 패(覇)싸움을 하다 211의 팻감을 쓰고도 213으로 물러섰다. 초읽기 속에서 계가하다 순서를 잊었을까. 그게 아니면 이겼다는 판단 아래 철군(撤軍)한 것일 수도 있다. 276수 만에 계가하니 반면(盤面) 11집 차. 덤을 제하고 흑의 4집 반 승이다. 221 이후는 생략한다. (204 210…△, 207 217…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