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물·현물 다 던져 시장 불안

다시 한 번 옵션 만기일에 매물 폭탄이 터졌다. 작년 도이치증권 사건처럼 한 증권사의 대량매물은 아니었지만 역시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1조원이 넘는 물량이 쏟아져나왔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장 막판 프로그램매매(컴퓨터에 미리 입력해둔 조건에 따라 주식을 자동으로 사고파는 것)를 통한 매도물량에 10포인트가량 추가하락하며 전날보다 43.98포인트(2.03%) 내린 2122.65에 장을 마쳤다. 동시호가 시간에만 3564억원의 순매도가 발생했다.

다수의 전문가가 옵션만기일에 나올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날 차익거래에서 1조1118억원, 비차익거래에서 5693억원의 매도물량이 나오며 프로그램매매를 통해 총 1조6812억원의 매도물량이 쏟아졌다. 이날 쏟아진 프로그램 매도물량은 지난 1월(1조2517억원 매도)의 기록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다.

◆역시 매도의 주인공은 외국인

이날 프로그램 대량 매도물량을 던진 주인공은 외국인이었다. 프로그램매매는 크게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로 나뉘는데 이날 외국인이 총 차익거래 매도물량의 57%를 차지했다. 또 비차익거래의 경우 총 매도물량(5693억원) 이상의 매물(5942억원)을 내놨다.

외국인들은 왜 이렇게 많은 물량을 내놨을까.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한다. 첫 번째는 순수하게 '기술적' 요소다. 이날은 옵션만기일이었다. 파생상품인 옵션의 만기일을 맞아 이와 연계된 매물이 쏟아져나왔다. 이렇게 만기일을 맞아 선물과 현물의 움직임에 따라나오는 매물을 '차익 매물'이라고 한다. 사실 전문가들은 이날 차익 매물이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며칠간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이 나오면서 물량 압박이 다소 해소됐을 것으로 봤기 때문. 그러나 막상 장이 열리자 전날 원자재가격 폭락 등으로 향후 증시 방향이 불투명해진 데 영향받아 선물 가격이 급락했다. UBS증권 안승원 전무는 "이날 선물이 저평가되자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싼 선물을 사면서 차익거래가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외국인들의 태도변화다.

이날 외국인들은 차익거래에 못지않게 비차익거래 프로그램 매도물량을 내놓았다. 비차익거래는 선물·옵션과 관계 없이 15개 종목 이상의 많은 주식을 한꺼번에 팔 때 사용하는 수단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옵션만기일에는 거래가 많다는 사실에 착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전부터 한국 주식을 팔려 했는데, 거래가 많은 옵션만기일까지 기다렸다는 것이다.

◆"대규모 매도세 이어지기는 힘들것"

다만 이날 프로그램매매가 앞으로 외국인들의 매도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투자증권 최창규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이날 비차익거래를 통해 대거 매도했지만 옵션만기일이라는 하나의 이벤트로 외국인들의 물량이 많이 나온 것"이라며 "오늘 나올 만큼 나와 앞으로도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BoA메릴린치증권 김경덕 전무도 "최근 달러화가 반등하고 유가가 하락, 신흥 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탈이 있었지만 달러화의 강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외국인들의 '팔자' 움직임이 단기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외국인은 프로그램매매를 통해 총 1조2300억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순매도액이 1조70억원 정도에 그쳤다. 이는 프로그램매매를 제외한 거래에서 2000억원가량 순매수한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