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리포트] 재테크 대세 '자문형 랩' 이것만은 알고 두드리자

최근 '자문형 랩'의 성장세가 뜨겁다. 2009년 말부터 증권사들이 판매를 시작한 자문형 랩은 지난해만 해도 규모가 1조569억원(작년 4월 기준)에 불과했지만 1년 남짓한 시간에 8조3000억원(3월 기준)으로 크게 커졌다. 자문형 랩의 인기 비결은 간단하다. 바로 높은 수익률이다. 자문형 랩이 상승 종목을 족집게처럼 잘 집어내 수익을 올리자 뭉칫돈이 몰린 것이다. 자문형 랩의 수익률은 상품별로 다르다지만 성공한 상품의 1년 수익률은 60%까지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자문형 랩이 열풍이라고 해도 잘 따져보지도 않고 자문형 랩 바람에 휩쓸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문형 랩에 가입하기 전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세 가지 포인트를 짚어본다.

①수익 높지만 위험도 높다

전문가들은 자문형 랩의 문을 두드리려면, 주식 투자 실력이 고수·중수·하수 중 중수 정도는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유는 이렇다. 자문형 랩은 성장성이 큰 일부 종목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주식형 펀드가 30~50여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면자문형 랩은 10~2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오를 때는 많이 오르지만, 반대로 하락장에서 손실을 볼 위험도 크다. 일종의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다. 이런 상품은 자산을 적절히 나눠 투자할 줄 알고, 손실이 났을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개인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특히 최소 가입금액이 대부분 3000만~1억원으로 수익이 나면 이익을 크게 보지만, 그만큼 손해도 클 수 있다. 김희주 대우증권 이사는 "워낙 고액이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잘때 발 뻗고 마음 편히 잘 수 있을 정도의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 손실이 났을 땐 애초의 상품 설계를 유지해야하는 펀드와는 달리 자문형 랩은 필요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 계약 해지도 자유롭다.

②자문사 안목이 성패 가른다

200개가 넘는 투자자문사 중 실력 있는 자문사를 고르는 것이 관건이다. 자문형 랩 판매 10위권의 증권사들이 제휴를 맺고 있는 자문사는 총 40개 정도여서 일단 1차 선별은 된 셈이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투자 자문업계 스타들이 대표를 맡고 있는 브레인(박건영), 한국창의(서재형), 케이원(권남학) 등 일부 자문사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하다. 현재 브레인이 자문하는 계약 잔고는 약 3조원, 한국창의 2조원, 케이원 1조원대 정도로 알려져있다.

본지가 9개 증권사로부터 지난 6개월간(4일 기준)의 수익률이 가장 좋은 자문사 5곳씩 추천을 받은 결과 실제 브레인은 가장 많은 7표를 얻었다. 가울이 4표, 한국창의와 피데스가 각각 3표씩 얻었다. 프렌드·제이엔제이·오크우드·코스모·레이크·토러스·유리치 등도 2표씩 얻었다.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따라 수익률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성과가 좋은 자문사 상품의 경우 3~6개월간 10~20%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의 주식 상승기에서 고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고위험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배준영 미래에셋증권 랩운용팀장은 "브레인이나 한국창의 같은 곳은 축구로 치면 공격적으로 골을 잘 넣긴 하지만, 수비는 안 하는 스타일"이라며 "주식 상승장에선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하락장세에서는 그만큼 위험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준영 팀장은 "좀 더 방어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중소형 가치주나 저평가된 종목을 추천하는 자문사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③증권사도 잘 골라야

투자자의 성향에 맞춰 적합한 자문사를 추천해주고 상담해주는 것은 증권사다. 이 때문에 증권사 선택도 중요하다. 상담 직원이 투자자산운용 자격증이 있는지, 운용 수수료는 얼마인지, 수익률에 따라 따로 성과 보수를 요구하지는 않는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처럼 주가가 조정을 받는 시기에는 증권사의 운용 능력이 자문사의 안목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문사들은 종목을 추천하지만 개인 계좌별로 그 종목을 어느정도의 비중을 가져갈지, 언제 넣고 언제 뺄지를 결정하는 것은 증권사이기 때문이다.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부장은 "업종별 투자비중이나 종목당 투자비중 등이 담긴 증권사 내부 운용 규정이나 지침을 보여달라고 해서 해당 증권사가 얼마나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언제 들어가야 되나… “단기적 조정기에 가입해 연말까지 유지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자문형 랩에 관심 갖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요즘처럼 주가가 급등락하는 시기엔 아무래도 투자가 망설여진다. 혹시라도 고점에 가입해 손해를 보진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자문형 랩은 10~20개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하락세에 진입하면 수익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주식시장이 상승 랠리를 달리면, 고수익을 낼 수도 있다. 자문형 랩의 적절 타이밍과 관련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김용구 대신증권 팀장은 “주식 상승장에서는 자문형 랩이 펀드를 이길 가능성이 훨씬 크지만, 주식이 급락하는 장에서는 아무리 탄력적으로 운용을 한다해도 방어하기가 어렵다”며 “주식 하락장에서는 안정적인 주식형 펀드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김희주 대우증권 이사는 “투자자들이 투자 타이밍을 맞추기는 쉽지 않고, 타이밍을 계산하다 보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어차피 자문형 랩은 자문사와 증권사가 넣고 빼는 시점까지 관리하고 장이 좋지 않으면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믿고 맡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부장도 “4월 기업들의 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장이 좋다가, 5월에 경기지표가 안 좋게 나오면서 조정을 받았는데, 이런 패턴은 연말까지 분기별로 비슷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는 시기에 가입하고 연말까지 투자를 유지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 자문형 랩

증권사가 투자자의 의향대로 종목을 선별해 자산을 운용해주는 맞춤형 종합 관리계좌인 ‘랩 어카운트(Wrap Account)’의 한 종류로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는 것이 바로 자문형 랩이다. 본래 취지는 투자자의 개개인의 성향을 세심하게 반영하자는 것이지만, 랩 가입금액이 팽창하면서 개별 관리가 어려워지자 자문사는 일정한 포트폴리오로 구성된 상품을 증권사를 통해 판매한다. 고수익을 내기 쉬운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수수료는 대략 1~3%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