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 던진 우즈, 이빨 빠진 호랑이 되나

"모르겠다(I don't know)."

언제 필드에 돌아올 수 있을지를 묻는 말에 타이거 우즈(36·미국)는 이 대답만 남기고 떠났다.

2009년 11월 불륜 스캔들이 터진 후 18개월 동안 우승이 없어 재기에 목말라하던 '골프 황제' 우즈. 그가 13일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1라운드 시작 9홀 만에 경기를 중도 포기했다. 지난해 이 대회 4라운드 도중 목 부상을 이유로 기권한 데 이어 2년 연속 중도 하차다.

우즈는 지난달 마스터스 경기 도중 왼쪽 무릎과 아킬레스건을 다쳤다. 한 달 남짓 대회 출전을 하지 않던 그는 "충분히 쉬었고 부상에서 회복했다"며 이번 대회에 나섰다. 하지만 9개 홀에서 42타(6오버파)라는 부진한 스코어를 기록하다가 같은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을 선언했다. 대학 시절부터 수술을 여러 차례 받은 부위여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5주 앞으로 다가온 US오픈은 물론이고 자칫 시즌을 접게 될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즈 "걷기도 어려웠다"

1번홀(파4) 티샷부터 이상했다.

우즈는 3번 우드로 티샷을 했는데도 공은 왼쪽 러프로 날아갔고 세 번째 샷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려 보기를 기록했다. 우즈는 4번홀(파4)에서는 공을 두 차례나 물에 빠트리며 트리플 보기까지 했다.

샷보다 더 이상한 건 그의 걸음걸이였다. 평소 가볍고 빠른 편이었던 그의 발걸음은 눈에 띄게 느렸다. 동반 플레이를 한 마르틴 카이머(독일), 매트 쿠차(미국)보다 20~30야드씩 뒤처지기도 했다. 쿠차는 "우즈가 3번홀에서는 얼굴까지 찡그릴 정도로 고통스러워해 큰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우즈는 "처음 티샷을 날릴 때부터 무릎에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 뒤에 아킬레스 쪽에 통증이 왔고 종아리 부위까지 경련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5번홀과 9번홀에서도 보기를 한 우즈는 카이머와 쿠차에게 양해를 구한 뒤 필드를 떠났다.

대회를 앞두고 9일부터 연습을 재개한 우즈는 공을 치는 데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의사도 더 쉬면 좋겠지만 대회 출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즈는 "막상 경기를 해보니 걷기도 어려웠다"며 "며칠 지켜보고 진단을 받아봐야 정확한 상태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포기하라는 전문가도

우즈는 왼쪽 무릎 때문에 이미 여러 차례 수술대에 올랐다. 어릴 때부터 온 체중을 왼쪽 무릎으로 받아내며 강력한 파워 스윙을 해온 우즈였다.

스탠퍼드대 1학년이던 1994년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왼쪽 무릎 수술을 받은 우즈는 2002년엔 왼쪽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았다. 2008년에는 왼쪽 무릎 관절경 수술과 왼쪽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잇달아 받았다. 대학 시절부터 우즈를 가르쳤던 전 스윙코치 부치 하먼은 "우즈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 나온다고 했을 때 놀랐다. 올해 US오픈에 나온다고 하면 더 놀랄 것 같다"고 말했다. 성급하게 경기에 나서 화를 불렀다는 이야기였다.

우즈의 정신 자세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지의 마이클 뱀버거 기자는 "예전 우즈라면 일단 경기에 나서면 어떤 경우에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스캔들 이후 우즈는 목적의식을 잃은 채 방황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PGA투어 선수 출신의 골프 채널 해설가 브랜들 챔블리는 "차라리 올 시즌을 접고 충분히 휴식한 뒤 내년에 복귀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