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박사도 석사도 아니지만 새로운 걸 쉽게 알려주고 싶었을 뿐"

운전면허도 없고, 휴대폰도 쓰지 않으며, 글은 꼭 원고지에 펜으로 눌러서 쓴다. 고리타분한 '옛 사람'이 떠오르는 요소들이지만,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과학칼럼니스트인 이인식(66·사진)씨의 모습이다. 박사학위는커녕 석사학위도 없는 이씨이지만, 주요 일간지와 대학에서 그를 모셔가려고 난리다. 이씨는 본지에 4년 1개월간 연재했던 '이인식의 멋진 과학'을 지난달 30일자로 끝냈다.

이씨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과학칼럼니스트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이씨는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에 입사했다. 누구보다 일찍 상무자리를 꿰찼지만, 무언가 허전함을 느낀 이씨는 안정적인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비서에 운전사까지, 일찍 성공했죠. 그런데 나만의 삶, 창조적인 삶을 찾고 싶었습니다." 이씨는 지금도 후회를 하지 않는다며 미소지었다.

이씨는 퇴사 후 과학칼럼니스트로 방향을 잡았다. 그전까지 과학을 대중적으로 소개하는 칼럼니스트가 없어, 자연스레 이씨는 과학칼럼니스트의 선구자가 됐다. 학위 없이 과학을 소개하는 그에 대해 일부 대학교수들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씨는 "교수들이 두고두고 써먹으려 하는 정보를 최대한 일찍 소개했기 때문"이라며 "폄훼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지금껏 30여권의 책을 쓰고, 주요 일간지와 잡지에 600편이 넘는 칼럼을 기고했다.

매일 새벽 4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이씨는 신문을 읽고, 인터넷으로 해외 과학관련 사이트를 빠짐없이 훑는다. 이씨는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책을 읽고 원고를 쓴다"고 했다. 이씨는 과학칼럼니스트가 된 가장 큰 이유가 "새로운 걸 쉽게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1차 독자인 부인의 소감을 글에 반영한다"고 했다. 서울대 김광웅 명예교수는 그에 대해 "미래를 창도(唱導)하는 전문가이자 융합학문의 기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이씨는 지난 1일 그간 운영해왔던 '과학문화연구소'의 명칭을 '지식융합연구소'로 바꿨다. "과학은 인생사를 다 커버하기 때문에 과학으로 세상을 읽는 게 참으로 중요하단 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과학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길에 지식융합자로서 앞으로도 계속 일조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