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기무라 PD의 南山 전망대] 왕년의 아이돌 '세시봉'이 반가워

일본 왕년의 아이돌 다나카 요시코(田中好子)씨가 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55세. 다나카씨는 1970년대에 활약한 여성 아이돌 그룹의 선구자격인 '캔디즈'(3인조)의 멤버다. 먹고 싶어질 정도로 귀엽다는 뜻으로 명명된 캔디즈는 인기절정이던 시점에 "보통 여자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선언하고 갑자기 해산한 전설적인 그룹으로 지금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인기가 오래가는 이유는 뭘까' 생각하면서 추모 프로그램을 봤다. 아이돌이라 의상이나 안무(댄스가 아니고!)가 예쁘장한 것은 당연하지만, 무엇보다 목소리와 가사가 아주 매력적이고 누구나 쉽게 흥얼거릴 수가 있었다. 바로 이것이다. 같은 시기 '핑크 레이디'라는 2인조도 젊은이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모아 내가 유치원 시절엔 여자 어린이들이 캔디즈파와 핑크 레이디파로 나뉘어 안무를 흉내내면서 노래하곤 했다. 그 여자　어린이들은 아주머니가 된 지금도 그 노래를 부르고 춤출 수 있을 것이다.

캔디즈 이후 일본에서 아이돌 그룹은 사회현상이 되어 왔다. 80년대, '보통 여자다움'을 내세운 여고생 중심의 그룹 '오냥코 클럽'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고교생 때 내 주변에선 "멤버 중 아무아무개가 좋다"면서 열띤 논쟁이 벌어지곤 했다. 90년대에는 초중학생 4인조 'SPEED'나, 멤버가 자주 교체되는 '모닝 무스메'등이 사회현상이었으나 나는 이때쯤부터 점점 가사가 귀에 들어오지 않고, 누가 어떤 노래를 하는지 선율이 떠오르지 않기 시작했다. 현재 사회현상이라고 하는 그룹 'AKB48'에 이르러서는….

나는 한국으로 눈을 돌려 한국 가요에 빠졌다. 힘찬 목소리, 함축성　있는 가사, 라디오나 카세트테이프로 누누이 들으면서 한국어를 마음껏 맛보았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서도 댄스 그룹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목소리나 가사의 매력보다 외모나 댄스의 화려함이 강해졌다. 서울에 부임한 재작년, 나는 방송에 나오는 아이돌 그룹을 이미 분간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성 아이돌은 모두 완벽한 스타일에 비슷비슷해　보이는 얼굴. 가사를 맛보기는커녕 거의 못 알아들을 지경이었다. 단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까?

그런 가운데 왕년의 아이돌 그룹(?) '세시봉(C'est si bon)'이 사회현상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확인하기 위해 콘서트를 보러 갔더니 소문대로 굉장한 열기였다. 공연 후 인터뷰할 기회를 얻어 송창식씨에게 물었다.

―지금의 아이돌 그룹 중심의 가요계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내가 통기타 하나로 선풍을 일으켰을 때에 비해 요즘 가수들의 가창 기술은 틀림없이 발달돼 있죠. 그동안 새것이 나오면 전의 것이 잊혀져 왔는데 이번 기회로 여러 노래가 공존하고, 서로 좋은 부분을 배워 발전해 가면 좋겠죠."

신세대와 구세대 간의 대립구도로 보고 다소 비판적 의견을 상상하고 있었던 나는 부끄러웠다. '세시봉' 지지층은 7080세대이지만 콘서트 현장에선 젊은이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보았다. 한국 가요가 발전하는 방향에 대해 송창식씨는 "한국어를 살린 시적(詩的)인 가사를 지향해야"라고 덧붙였다. 나도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시적인 한국 가요에 다시 빠져 보고 싶다. 전의 것이 되살아온 세시봉 열기가 단순한 회고(懷古)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면 가요계뿐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허용되고 인정받는, 보다 다양성이 있는 사회로 가는 맹아(萌芽)가 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