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로포비치(첼로 거장) 마지막 제자 "내 母國, 한국서 연주합니다"

"제가 열다섯 살이 되어서야 연주했던 곡을 열한 살의 다니엘이 더 뛰어나게 연주했습니다. 제가 제자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는 걸 잘 아실 겁니다. 하지만 다니엘은 예외입니다. 그만큼 제가 다니엘의 재능과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첼로 거장(巨匠) 로스트로포비치는 1991년 커티스 음악원 입학시험장에서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차이콥스키)을 연주하는 11세 소년을 보고 그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다. "더 이상의 제자는 없다"던 자신의 선언을 번복하면서까지 제자로 받고 싶다는 요청을 담아서였다. 이후 거장은 틈날 때마다 소년을 자택으로 불러 손수 가르쳤고, 소년의 연주도 연 5회로 제한해 신동(神童)을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기획사들의 공세를 막았다.

'로스트로포비치의 마지막 제자'로 유명한 첼리스트 다니엘 리(31)가 1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20년 새 그는 탄탄한 테크닉과 힘찬 주법을 바탕으로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경이적인 첼리스트'(시애틀타임스)라는 평을 듣는 연주자로 거듭났다.

13일 광화문에서 만난 리는 "스승은 삶을 음악으로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먼저 생각하도록 해줬다"고 했다. 교향곡과 오페라도 골고루 듣게 했고, 피아노로 따라 치며 악보 분석법도 익히게 했다.

한국인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리는 여섯 살 때 첼로 활을 쥐었다. 열 살 때 시애틀 영 아티스트 페스티벌 콩쿠르에서 우승, 1년 뒤 시애틀 심포니와 협연하며 샛별로 떠올랐다. 스무 살 때인 2001년에는 클래식계에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젊은 연주자들이 받는 에버리 피셔 상(賞)을 수상했다. 요요마(첼로)와 사라 장·힐러리 한(바이올린) 등이 모두 이 상을 거쳐 세계 정상급 연주자로 도약했다. 지금은 세인트루이스 심포니에서 첼로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725년 이탈리아산(産) 산 카를로 토니니 첼로를 쓰고 있다. 단체나 독지가에게서 장기 대여를 받는 다른 연주자들과 달리 "1년 전 맨해튼 악기상점에서 12억원 주고 산 내 첼로"다. '리 할아버지'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은행 융자를 받아 샀다. 그는 "평생 갚아도 모자랄 악기 값 때문에 밥과 물만 먹는다. 이 악기 사고선 '라면'도 맛있어졌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