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양아들에 유산 50% 줘라"

양아들이 친자식 이상으로 노부모를 극진히 돌봤다면 유산을 절반 정도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재판장 최재혁)는 박모씨의 양자였던 고(故) 박모씨의 부인(69)과 자녀들이 친딸 7명 등 가족 20명을 상대로 상속 재산의 기여분을 결정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양자인 고 박씨의 기여분을 50%로 인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선친이 남긴 재산 중 절반을 양아들 쪽에 떼어준 뒤 나머지 재산을 양아들과 친딸들이 나눠 가지라는 판결이다. 기여분이란 유산 상속을 다투는 재판에서 공동상속인 중 특별한 공로가 인정되는 사람에게 우선 상속 재산의 일부를 나눠주게 하는 제도다. 이 심판이 확정되면 박씨 유족들은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일대 땅 12필지(1만9717㎡) 등 상속 재산의 절반을 우선 확보하게 된다. 공시지가로도 5억원이 넘는다.

박씨는 1950년대부터 슬하에 딸만 7명을 두고 아들이 없던 삼촌 집에 들어가 살다 1966년 결혼했고 부인 김씨도 시삼촌 부부를 시부모처럼 모셨다. 박씨 부부는 자녀 3명까지 낳은 뒤인 1974년 정식 양자가 됐고 양부모를 모시고 농사와 어업으로 생계를 꾸렸다. 치매로 고생한 어머니를 돌보고 병치레로 입·퇴원을 반복한 아버지의 병수발과 병원 비용을 부담한 것도 박씨 부부였다. 양어머니는 지난 94년 95세로 세상을 떠났고 양아버지도 2002년 101세로 숨졌으며, 박씨도 2002년 65세로 사망했다. 그 뒤 선친이 남긴 재산 상속문제를 두고 박씨의 유족들은 친자식 가족들과 갈등을 겪다 소송으로 이어졌다.

상속 재산의 기여분을 인정받으려면 민법의 '특별한 부양' 조건에 해당돼야 한다. 통상적으로 부모를 모시는 수준을 넘어선 극진한 봉양이거나 재산이 늘어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

법원은 박씨의 부모 봉양은 '특별한 부양' 조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상속 재산 기여분을 인정해달라는 청구를 법원이 받아주는 경우는 드물고, 받아주더라도 5% 정도만 인정해주는 게 보통이라고 법원 관계자는 말했다. 50% 기여분 인정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