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때려죽이는 영화가 판쳐… 정부는 영화나 보고 賞 주는지… 내 제자이자 후배감독은 배신자"

한국 영화계의 이단아 김기덕(51) 감독이 3년 만에 만든 영화 '아리랑'에서 특정 영화인과 한국 영화계에 대한 분노와 비판을 직설적으로 쏟아내 파문이 일고 있다. 김 감독은 1996년 독립영화 '악어'로 데뷔해 2004년 베를린영화제(사마리아)와 베니스영화제(빈 집)에서 각각 감독상을 받으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아리랑'은 13일(현지시각) 제64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처음 공개됐다.

김 감독은 영화의 유일한 출연자로 등장하며 연출·촬영·편집을 혼자서 비밀리에 했다. 영화는 한적한 산골 마을의 상하수도 시설도 없는 집에 칩거하며 분노와 회한을 토로하는 주인공과 그에 대해 답변을 하는 또 다른 주인공의 자아(自我)가 등장해 문답을 이어나가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김 감독은 영화에서 제자인 장훈 감독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했다. 장 감독은 2008년 김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는 영화다'(130만명)로 데뷔한 뒤 흥행 성공에 힘입어 곧바로 메이저 영화사와 계약했다. 그 뒤 송강호·강동원 주연 영화 '의형제'(546만명)를 만들어 스타급 감독으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장 감독이 김 감독을 배신했다" "김 감독이 충격으로 폐인처럼 산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 감독은 영화에서 "장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 이후 나와 두 편의 영화를 더 하기로 했지만 나도 모르게 메이저와 계약했다. 우정을 끝까지 선택하는 사람은 없다. 세상이 그런 거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한국 영화에 대해 "도끼로 때려죽이고 망치로 때려죽이는 죽음에 대한 영화가 수없이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작품인데도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탔다는 이유로 국가에서 상을 주는 건 아이러니"라며 "영화를 보고나 주는 건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김 감독 자신이 '원조교제'를 묘사한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고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았던 일을 비꼰 것이다. 김 감독은 또 악역으로 많이 나오는 배우들을 겨냥해 "악역을 잘한다는 건 내면이 그만큼 악한 거야"라고도 했다. 그는 영화 상영에 맞춰 방영된 프랑스 카날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선 갑자기 '한 오백년'과 '아리랑'을 번갈아 부르며 흐느껴 울기도 했다.

김 감독은 앞서 이날 영화가 상영된 드뷔시 극장 무대에 올라 "칸이 잠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13년 동안 15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평단에선 "새로운 형식 실험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는 호평과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개인적 넋두리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함께 나왔다. 국내 영화팬들도 온라인에서 '참으로 김기덕스러운 영특한 복수'라는 긍정론과 '김기덕이 한국 영화계의 얼굴이라면 다시는 한국 영화 따윈 안 볼 거다'라는 등의 부정론으로 갈라져 논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