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 열풍, 탐라도 녹였다

세시봉 열풍이 제주도까지 휩쓸었다. 14일 저녁 제주 국제컨벤션 센터 탐라홀. '세시봉 친구들' 콘서트를 보러 온 1500여명 관객이 일찍부터 객석을 빽빽하게 메웠다. 임유라(64)씨는 "내 사춘기 시절은 세시봉의 노래와 함께 추억된다"며 "제주도에서 대형 가수들의 공연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직접 와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44년 전 서울 무교동 세시봉 음악감상실에서 1년 반 동안 우리나라 청년 문화의 기수가 모두 탄생했다"며 MC 이상벽이 말문을 열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김세환의 편안한 노래, 윤형주의 달콤한 미성(美聲)과 재치 있는 입담에 달아오른 객석은 송창식이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함께 '사랑이야' '고래사냥'을 쏟아내자 폭발했다. 윤형주·송창식이 트윈 폴리오 시절의 노래 '하얀손수건' '웨딩케익'을 절묘한 화음으로 부르자 공연은 절정에 달했다.

게스트 이장희의 노래 '그건 너'를 마지막 앵콜곡으로 3시간 가까운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다. 손리나(33)씨는 "세시봉이 한국의 최남단까지 와서 공연을 한다는 건 그만큼 이 땅을 사랑한다는 얘기"라며 "깊이 있고 시적인 노래에 우리 같은 젊은 세대도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부모님, 자녀와 함께 서울에서 왔다는 변영범(51)씨는 "대학생·중학생인 아이들이 TV에서 세시봉을 접한 뒤 열혈 팬이 돼 콘서트를 보기 위해 이렇게 제주도까지 왔다"고 했다. 세대와 지역을 하나의 정서로 묶는 세시봉의 힘이 고스란히 확인된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