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러 한국 간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제 아버지는 5년째 한국에서 피땀 흘리며 돈을 벌고 계십니다. 벽에 걸린 아버지 웃는 사진을 볼 때마다…."

13세 민영이는 한국에 돈 벌러 간 아버지를 떠올리며 원고지의 빈칸을 메워나갔다. 한 줄씩 써내려갈 때마다 코끝이 찡해졌다. 멋진 글로 상을 받으면 아버지를 만나러 한국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꾹 참고 한자 한자 정성껏 적었다. 부모들이 돈벌이를 위해 한국 등으로 떠나 가족이 흩어진 아이들이다.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의 습성에 빗대, 이런 처지의 아이들을 뻐꾸기 가족 아이들이라고 부른다.

"제 마음의 든든한 기둥은 바로 저희 아버지입니다. 미소가 멋지고 항상 상냥하시던 아버지…. 덕분에 신심(信心)과 용기를 갖고 내 꿈을 향해 힘차게 걸어나갈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에 있는 옌볜(延邊)과학기술대학(YUST)에 민영이 같은 조선족 소학교(초등학교) 학생 500여명이 모였다. YUST와 옌볜인민출판사의 어린이 잡지 '소년아동'이 주최하고 ㈜한화63시티가 후원하는 '제13회 YUST컵 소년아동 백일장'이 열렸다. 매년 5월 열리는 이 백일장은 옌볜 조선족 어린이들의 가장 큰 축제다.

옌지뿐 아니라 룽징·허룽·훈춘·투먼시 등 각 지역 조선족 소학교의 대표로 뽑힌 아이들이 주최측이 정한 주제를 놓고 글짓기 실력을 겨뤘다. 대부분이 한국으로 돈 벌러 간 아버지 또는 어머니를 둔 아이들이다.

입상자는 올여름 한국에 초청돼 역사·문화체험을 하고 부모나 친·인척과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이날 고학년(5·6학년)에게 주어진 주제는 '마음의 기둥'이었다. 민영이는 2학년 때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는 사글셋방에서 살았어요. 꾀죄죄한 옷을 보고 친구들이 절 피하고 따돌려서 아빠 엄마가 원망스러웠어요." 풀이 죽은 딸에게 아버지는 "아빠는 민영이가 씩씩하고 당당하게 컸으면 좋겠어. 진정한 아름다움은 사람의 됨됨이에 달렸단다"라고 위로했다.

허룽시 신흥소학교에 다니는 방매화(12)양도 작년 한국으로 돈 벌러 간 아버지가 '마음의 기둥'이라 썼다. "어문(語文) 수업 때 '아버지'에 대해 글을 쓰게 됐는데 전혀 생각이 안 나 거짓말로 써서 냈어요. 그런데 다음날 선생님께서 잘 쓴 작문으로 제 글을 골라 읽어주셨어요. 얼마나 부끄럽고 죄송했는지 몰라요"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한국 가요와 드라마를 접하고 자라는 옌볜 조선족 어린이들에게 한국은 동경의 대상이다. 부모들이 돈을 벌러 가서 고생한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한국은 이 어린이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한화63시티 오해균 대리는 "백일장에서 입상을 한 어린이들에게 주어지는 한국 방문 체험은 조선족 어린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