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폴로 한국' 씨앗 뿌려요"

요즘 제주에 가면 간간이 폴로 시합을 구경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구좌읍 행원리에 만들어진 한국 첫 폴로경기장인 한국폴로컨트리클럽(www.koreapoloclub.com)에서다. 지난 15일에도 국제시합이 있었다. 태국과의 친선 게임이었다. 그런데 한국팀 4명 가운데 진짜 한국인은 한 명뿐이다. 나머지 셋 가운데 둘은 폴로컨트리클럽의 필리핀인 직원이고, 한 명은 상대 태국팀에서 임시로 꿔왔다. 유일한 한국인 선수는 올해 쉰한 살인 한국폴로컨트리클럽 이주배 대표다. 한국에 국제규격 경기장을 짓고 본격 전파에 나선 폴로 선구자다.

2005년까지는 그 역시 폴로를 몰랐다. '잘나가던' 석유 딜러였다. 유공을 거쳐 1998년 싱가포르로 이주, 다국적 석유회사인 비톨 아시아(Vitol Asia)의 총괄책임자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그런데 2005년 싱가포르 폴로클럽으로 승마를 배우러 갔다가 어떤 광고를 보았다.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폴로 레슨 안내문이었다.

"왠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죽을 힘을 다해 말을 탔고 테스트를 통과했죠. 설명하긴 힘든데, 그냥 '운명'이라고 느껴졌어요." 이후 20여년 싱가포르 생활을 정리하고 외국의 여러 폴로클럽을 답사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제주에 한국 첫 폴로경기장을 세웠다. 축구장 3개를 합친 국제규격 잔디구장과 실내경기장, 그리고 클럽하우스와 50마리가 들어가는 마사 및 순환경주로 등 필요한 시설을 다 지었다. 외국의 유명 경기장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시작입니다. 기본적 시설은 갖췄으니 제대로 알리고 동호인과 선수를 늘려가야죠."

폴로를 소개할 목적으로 그동안 6차례 국제 친선경기를 열었다. 지난달부터는 상하이·베이징·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의 폴로클럽과의 교환경기에 나섰다.

"두 번째 꿈은 올해 안으로 한국대표팀을 꾸리는 겁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국제대회에 참가하고 싶어요." 이주배 대표는 "말과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초보자라도 6개월 정도 연습 후 경기를 즐길 수 있다"며 "내년 한국 최초의 폴로 국가대표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벌써 20명가량이 도전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폴로의 매력은 박진감 있고 도전정신도 기를 수 있는 가족스포츠란 것이다. "폴로는 매너와 사교를 아주 중요하게 여겨요. 아이들 인성교육에도 아주 도움이 되죠. 유럽 귀족들이 사랑해 온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폴로

길이 274m, 폭 146m 잔디밭에서 4인조 두 팀이 말을 타고 ‘말렛(mallet)’이라는 스틱으로 볼을 쳐 상대편 골문에 넣는 경기. 1900년부터 40년간은 올림픽 공식 종목이었다. 현재 세계폴로연맹(FIP)에는 아시아 27, 유럽 24, 미주 24, 아프리카 16개국 등 총 91개국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