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들 '골드 러시' 앞장… 귀금속 소비 늘어

국제 금값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말 트로이온스(31.1g)당 1560달러까지 오르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금값은 최근 1500달러 선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거품이다" "아니다" 논쟁도 한창이다.

최근 금값의 상승세가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귀금속 컨설팅 전문업체 GFMS는 "(장기적인 수요·공급 면에서) 금값은 이제 절반쯤 왔다"고 주장했다. 금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는 근거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귀금속 소비 확대 ▲산업용 금 수요 확대 등 국제 금시장이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중앙은행, 21년 만에 금 순매수

1989년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자산 배분의 다변화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금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21년 만에 중앙은행이 금 순매수로 전환했다. 중앙은행의 금 순매수 추세는 중국·러시아·태국·인도 등 신흥국이 주도했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5.7% 증가했다. 멕시코는 올 2~3월에만 100t의 금을 사들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앙은행이 20여년 만에 금 매수 세력으로 떠오르며 '골드 러시'가 시작됐다"면서 "달러 가치와 국채에 대한 신뢰 하락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중에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0.7%다. 선진국은 30% 안팎으로 높지만 3조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가진 중국도 금 비중은 외환보유액의 1.6%에 불과하다. 중국이 금 보유 비중을 1%포인트만 늘려도 연간 세계 금 생산량의 3분의 1을 흡수하게 된다.

◆세계 금시장 2위로 올라선 중국

전 세계 귀금속시장은 전통적으로 금 장신구를 선호하는 인도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작년 4분기에 인도의 금 소비는 전년보다 37%, 중국은 41% 증가했다. 중국은 2001년 금시장 자유화 이후 금 소비가 3배 증가하면서 세계 2위의 금 소비 시장으로 성장했다. 중국인의 1인당 금 보유량은 0.3g을 조금 넘는데 한국(1.3g)·대만(1.4g)의 4분의 1 수준이다. 세계금위원회는 "임금 상승과 높은 저축률로 중국의 금 수요는 앞으로 10년간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자기기 부품 등 산업재에 사용되는 금 수요도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늘고 있다. 지난해 산업재 금 수요는 전년 대비 12% 증가한 419.6t을 기록했다. 금액으로는 41%나 증가했다.

◆생산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작년 한해 금 수요는 9% 증가했다. 반면 금 공급량은 생산단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를 근거로 GFMS는 "중앙은행의 금 매입 추세, 산업재 수요 증가, 투자 수요 증가 등으로 올해도 금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 금값이 2012년까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금값 거품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지 소로스 등 유명 투자자들의 금 매도는 9개월간 이어온 상승세가 위험한 영역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거품이 붕괴될 시점에 왔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