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게 증시 뒤흔드는 프로그램 매매

주가지수 선물시장과 관련된 프로그램 매매 매도세가 연일 증시를 흔드는 왝 더 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란 컴퓨터에 미리 입력해둔 조건에 따라 주식을 자동으로 사고파는 매매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17일에도 장 막판 플러스로 돌아섰던 주가는 장 막판 동시호가 때 500억원 정도의 프로그램 물량이 쏟아지며 결국 하락한 채 마감했다.

지난 옵션만기일(12일)의 1조6812억원을 포함해 최근 6일 동안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총 3조8969억원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17일에도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2076억원의 매도물량이 나왔다.

◆프로그램 매도, 무엇이 문제인가

프로그램매매는 선물과 현물의 움직임에 따라 거래되는 차익거래와 15개 종목 이상의 많은 주식을 한꺼번에 사고파는 비차익거래로 나뉜다. 최근 6거래일 동안 프로그램 차익거래에서는 2조7448억원의 매물이, 비차익거래에서는 1조1521억원의 매물이 나왔다.

먼저 전문가들은 차익거래는 선물이 저평가되면서 물량이 쏟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 원자재 가격 하락,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 임박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선물가격이 급락하자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저평가된 선물을 산 것이다.

비차익거래의 경우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태도 변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6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프로그램 순매도의 64%, 기관은 26%를 차지했다.

외국인들의 변화 요인으로 몇 가지가 떠오르고 있다. 먼저 지난 11일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은 오는 31일부터 MSCI아시아(일본제외)지수에서 한국에 대한 비중을 소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MSCI는 대신 말레이시아, 중국 등에 대해서는 비중을 확대했다. 현재 전 세계 많은 펀드와 투자자들이 MSCI아시아(일본제외)지수를 투자지표로 삼고 있다. 한국 비중이 축소되자 글로벌 투자은행도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골드만삭스는 16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 비중(market weight)'으로 낮춰잡았다. 글로벌 성장률 둔화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이유였다.

◆프로그램 매도세 지속 여부는 이견

프로그램 매매가 매도세를 이어갈지 매수전환할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매수전환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은 아직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많지만, 프로그램 매도 강도가 주춤해진 것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옵션만기일을 제외한 지난 5일 동안 프로그램 매도에서 4000억~6000억원의 물량이 나왔지만 17일은 2076억원 매도우위를 보이는 데 그쳤다.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우리투자증권 최창규 애널리스트는 "증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매도 물량이 나온 비차익거래의 경우 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의 구제금융 신청이 이뤄진 만큼 프로그램 매도세는 줄어들 것"이라며 "차익거래 물량도 이미 나올 만큼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증시와 함께 선물도 큰 폭의 조정을 받아 이제는 반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단순히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자산배분) 배분 전략에 따라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하루 줄어든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 아직 증시 전반적인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으므로 선물가격은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고 이에 따라 차익거래 매도세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UBS증권 안승원 전무는 "프로그램 매매가 매수로 돌아설 호재가 현재 안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