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를 지켜라" 수수료 파괴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 가격파괴 열풍이 불고 있다. '마이너스 수익률'로 성난 돈(앵그리 머니)을 달래기 위해 수수료를 받지 않고,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스마트 머니(똑똑한 돈)를 끌어들이기 위해 수수료를 반절로 뚝 낮추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마이너스(-) 30%대의 부진한 성적표를 기록한 '월드와이드 베트남펀드 공모1호'에 대해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내 운용사가 해외펀드와 관련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투운용의 베트남펀드에 1억원을 넣어둔 투자자라면, 지금까진 1년에 증권사나 운용사 등에 내야 하는 돈으로 총 229만원가량을 써야 했는데,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바뀌는 7월부터는 사무관리 보수로 7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앞서 이달 초에 동양자산운용도 지난 2007년 4월 판매된 이후 마이너스(-) 40%대의 처참한 성적을 낸 '동양베트남민영화1호'에 대해 1년치 수수료를 2.814%에서 0.564%로 줄였다. 동양자산운용측은 "2012년 4월이 만기인데, 그때까지 조금이라도 수익률을 더 끌어올리려면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상장지수펀드(ETF·지수에 투자하는 일종의 펀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스마트머니를 선점(先占)하기 위한 가격 파괴도 한창이다. ETF는 지수 투자가 갖는 분산투자 효과뿐만 아니라, 주식이 갖는 매매 편의성을 겸비하고 있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지난 16일 국내 대표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삼성그룹과 TIGER현대차그룹+, TIGER LG그룹+ 등 3개 펀드 총보수를 연간 0.4%에서 0.27%로 0.13%포인트 인하했다. 기존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그룹주 ETF는 연 보수가 0.4%로 동일하다. 따라서 1억원을 넣은 투자자는 다른 ETF에 투자할 때보다 1년에 13만원 정도 보수를 아낄 수 있다.

미래에셋맵스는 지난달에는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TIGER200 ETF의 연 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0.15%(기존 0.34%)로 인하했다. 미래에셋맵스 관계자는 "수수료를 업계 절반 수준으로 대폭 깎아줬더니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단숨에 순자산 4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