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울人] "지하철과 15년 인연…내 생애 긍지"

최창식(59) 신임 중구청장은 "선거에 당원·조직 없이 출마한 건 미련한 짓이었지만 예선(당내 경선)과 본선(4·27 재·보궐) 거치며 공부 많이 했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취임식을 막 마친 그를 구청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자타 공인 '서울 지하철사(史)의 산 증인'으로 불릴 만큼 관련 업무를 오래 했다.

―지하철과 인연이 깊다.

"지하철본부 차장·부장·본부장으로 12년 반, 부시장까지 포함하면 15년 동안 지하철 업무를 맡았다. 지하철은 계획(역·노선 선정) 단계부터 시빗거리가 많고 공사 안전사고와 금전사고가 잦아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분야인데 계속 붙잡혀 일했다. 우리 지하철은 세계적 수준인데 서울 지하철 작업의 50% 이상에 관여했다는 데서 평생 긍지를 느낀다."

―지하철 관련 에피소드가 많을 텐데.

"1998년 무렵 한강 속 마포~여의도를 잇는 5호선 터널 작업 중 밤중에 터널 위쪽이 무너져 내렸다. 죽기 살기로 막고 버텨 3시간 뒤쯤 멎었다. 2~3m만 더 무너졌어도 터널 안에 강물이 밀려들었을 거고 그러면 공사는 완전히 실패했을 것이다. 땅 밑은 단단한 돌도 있지만 진흙처럼 약한 부분도 있다. 여의도 MBC 부근 지하를 파다 터널 위쪽은 괜찮은데 양쪽이 쪼그라들어 폭이 좁아들어 손으로 파고 막고 한 일도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여의도 공사장을 시찰할 때도 비슷한 일이 생겨 진땀을 흘려 막았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과 교보빌딩은 아래를 팔 때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우리끼리만 알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다."

―2008년 말 서울시를 떠나면서 '책 쓰고 소일하면서 다음 일을 찾겠다'고 했는데 출마했다.

"35년 공직생활 마치고 교수로 잘 있다가 선출직 나선다니까 주변 만류가 심했다. '전직 서울시 부시장이 잘해야 본전 아니냐'고 말들이 많았다. 35년 공직 경험과 지식으로 한 개 구(區)를 바꿀 수 있다면 그게 어떤 직업보다 가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득표율 51.3% 대 48.7%, 빠듯한 승부였다.

"박빙 당선이 오히려 내겐 잘된 일이다. 그동안 보여준 계획과 비전이 부족하니 더 노력하라는 구민들 뜻이니까."

―충무로영화제를 어떻게 바꿀 건지?

"취지와 브랜드 모두 훌륭하지만 영화인이 안 찾는 영화제는 존립 근거가 없다. 부산·부천 영화제를 잘 들여다보고 차별성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임기 후 장기 계획이 있는가?

"3년 2개월 남은 임기 멋지게 해보겠다는 것 외엔 없다."

―공직자 중 롤모델이 있다면.

"충북지사·서울시장을 지낸 이원종 성균관대 석좌교수. 항상 현명한 조언을 해준다."

◆최창식 구청장은 경기공업고등전문학교(5년제)·성균관대(토목공학과)를 나왔다. 1973년 서울시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했고, 해군장교 전역 후 77년 기술고시(제13회)에 합격했다. 지하철건설본부장·건설안전본부장·뉴타운사업본부장을 거쳐 2008년 행정2 부시장을 끝으로 35년간의 서울시 공직생활을 정리했다. 이듬해부터 성균관대 석좌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를 지내다 지난 4·27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