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는 '브랜드'를 가리지 않는다

"끊임없이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미 PGA투어 최고 상금 대회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경주는 클럽 교체나 스윙 변화가 잦은 편이다. 최경주는 "기업도 기술이나 상품을 바꾸지 않으면 망하는 것 아니냐"며 "경쟁력 있는 골퍼로 살아남으려면 늘 바꿔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변화에 대한 최경주의 열의는 클럽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특정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클럽이 있으면 과감하게 써보는 스타일이다. 실제로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때 최경주의 골프백 속엔 잡다하게 느껴질 정도로 다양한 브랜드의 클럽이 꽂혀 있었다.

드라이버(R11)와 하이브리드(레스큐TP)는 테일러메이드, 페어웨이 우드는 핑 'i15', 아이언은 미우라 'CB 501'이었다. 웨지는 미우라(54도)와 타이틀리스트(보키 디자인 스핀밀드 59도) 두 종류였고 퍼터는 오디세이 '트라이포스 #2', 공은 타이틀리스트 '프로V1'을 사용했다. 그러나 올 시즌 앞선 대회에선 클럽 구성이 또 달랐다.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선 아이언과 웨지 모두 핑 제품을 사용했고 1월 소니오픈 때 들고나온 드라이버는 단종된 테일러메이드의 구형 모델이었다.

최경주의 골프백 속에서 골프 브랜드들의 '군웅할거(群雄割據)'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2005년부터 2009년 말까지 이어진 나이키와의 후원 계약이 끝나면서 최경주는 "쓰고 싶은 클럽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2008년 1월 소니오픈 우승 후 침체기를 겪었던 최경주는 클럽 교체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당시 최경주의 매니지먼트사 IMG코리아는 "최경주가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사용해야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 나이키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이키 소속일 때도 최경주는 파격적인 클럽 선택으로 눈길을 끌었다. 최경주는 2006년 10월 당시 출시되지도 않은 나이키 사각 드라이버를 들고 크라이슬러챔피언십에 출전해 우승컵을 들었다. 2007년 7월 AT&T 내셔널에서 우승했을 때는 일반 퍼터 그립보다 2배 이상 두꺼운 '홍두깨 그립'이 화제였다.

다소 무모한 변신도 있었다. 최경주는 작년 여름 브리티시오픈을 앞두고 좌우로 스윙하는 일반 퍼터와 달리 볼링 자세와 흡사하게 앞뒤로 스윙하는 퍼터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최경주는 브리티시오픈에서 컷 탈락했고 1주일 만에 예전의 퍼터로 되돌아갔다.

미 PGA 마스터 프로인 나경우씨는 "40대에 접어든 최경주는 메이저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스윙과 클럽을 찾는 것 같다"며 "시즌 중에 클럽을 바꾸는 모험을 감행할 수 있는 것은 지독할 정도의 연습량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