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600여년 만에… 서울 성곽의 부활

서울시가 2014년까지 도심(都心)을 둘러싼 성곽 18.627㎞를 모두 복원하면서 서울이 앞으로 '성곽도시'라는 이름을 얻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성곽 모양을 재현할 수 있는 곳은 최대한 살리고 도로·주택으로 끊겨 어쩔 수 없는 구간은 육교식 성곽이나 방향 표시 안내판을 세우는 '형상화' 방식을 끌어쓰기로 했다. 복원을 다 마치면 조선 태조 이성계가 경복궁을 중심으로 내사산(북악산·낙산·남산·인왕산)을 이어 쌓았던 성곽이 새로운 세기에 다시 부활하는 셈이다.

서울시는 1975년 삼청지구(창의문∼숙정문) 서울성곽 2570m를 되살리는 것을 시작으로 지난 36년간 성북, 광희, 남산, 청운, 삼선, 동숭지구 등에서 다시 살려 현재 12.21㎞를 복원한 상태다.

◆어떻게 복원하나

일단 고증을 통해 원형을 살린다는 게 원칙이다. 이미 도로나 주택가가 있어 성곽을 밀어 넣을 수 없는 부분(5.127㎞)은 구름다리 모양 성곽을 만들거나 바닥에 성곽이었음을 나타내는 화강석 성돌이나 표지판을 새긴다.

이에 따라 숭례문 서쪽이나 창의문, 흥인지문, 혜화문, 소월길, 장충단길, 낙산공원 등지 총 9개소 392m 구간에 구름다리처럼 생긴 성곽 조형물이 들어선다.〈조감도 참조〉 서소문∼사직단, 혜화동, 흥인지문∼장충동 등 주택가로 이뤄진 4㎞ 구간은 길을 따라 성곽 성문(城門) 모양 '성곽 방향 표시 지형물'을 2m 간격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광희문과 장충체육관 옆 등 36개소 734m에는 성곽처럼 생긴 돌을 도로에 깔 예정.

안승일 서울시 문화관광기획관은 "2014년까지 복원작업을 마무리하고 2015년 서울 성곽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성곽의 역사

조선 건국 초 태조는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기 위하여 궁궐과 종묘를 먼저 짓고 나서 태조 4년(1395년) 도성축조도감을 설치하고 한양을 방위하기 위해 태조 5년부터 연인원 11만8070명을 동원해 성곽을 쌓았다. 석성과 토성으로 쌓은 성곽에는 4대문과 4소문을 두었다.

4대문은 동서남북으로 흥인지문·돈의문·숭례문·숙정문이고, 4소문은 동북 홍화문·동남 광희문·서북 창의문·서남 소덕문을 말한다. 동대문에만 성문을 이중으로 보호하기 위한 옹성을 쌓았고, 북문인 숙정문은 원래 숙청문이었는데 이 숙청문은 비밀 통로인 암문으로 문루(門樓)를 세우지 않았다.

세종 4년(1422년) 대대적으로 고쳤는데, 흙으로 쌓은 부분을 모두 돌로 다시 쌓고 공격·방어시설을 늘렸다. 숙종 30년(1704)에는 정사각형 돌을 다듬어 벽면이 수직이 되게 쌓았는데 이는 축성기술이 근대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서울 성곽은 여러 번에 걸쳐 수리를 했지만 쌓는 방법과 돌의 모양이 각기 달라 쌓은 시기를 구분할 수 있다. 일본 강점기에는 도시계획이라는 구실로 성문과 성벽을 무너뜨렸고, 해방과 6·25전쟁으로 인해 더욱 많이 파괴됐다.

◆성곽 탐방 코스 개발

서울시는 인왕산~창의문~부암동~숙정문 구간은 '명승코스'로 조성, 조선 왕조가 한양으로 도읍을 정하고 도성을 쌓은 사상과 지형 원리를 보여줄 생각이다. 숭례문~소의문~돈의문 구간은 근대 역사 코스, 장충동~남산타워~남산 회현자락 구간은 가족 코스로 각각 단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