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 안부럽네… 기계株도 고공행진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 상승을 이끈 주도주 3인방 '차·화·정(자동차주·화학주·정유주)' 못지않게 기계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계 업체들의 실적과 직결되는 자동차와 전기·전자 업황이 호조를 보이면서 신규 수주가 많이 늘어났고, 앞으로도 수주 물량이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고공 행진 중이다.

◆기계 업체 주가 올 들어 급등

19일 국내 증시에서는 굴착기 부품 공급업체인 동일금속이 상한가인 1만2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작기계(기계나 기계 부품을 만드는 기계) 전문업체인 화천기공의 주가는 1년 최고가를 경신하며 장중 7만원까지 올랐다. 화천기공의 주가는 전날보다 7.78% 오른 6만6500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동일금속과 화천기공의 주가는 각각 63.5%, 68.35% 올랐다.(19일 종가 기준)

이들 업체보다 주가 상승률이 더 높은 업체들도 있다. 금속 절삭공구인 엔드밀(end-mill)을 생산하는 와이지-원(YG-1)의 주가는 올해에만 무려 185.88%나 올랐다. 공작기계 수요가 늘어나면서 절삭공구 수요도 함께 급증한 덕분이다. 일본 대지진으로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업체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외에도 자동화 설비 생산업체인 삼익THK의 주가는 올해에만 83.12% 올랐고, 같은 기간 프레스 기계업체인 SIMPAC과 기계 부품 생산업체인 동양기전의 주가는 각각 68.05%, 65.89% 상승했다.

◆전방산업 호조에 기계 수요 늘어

기계 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은 경기가 살아나면서 기계 업종의 전방산업으로 꼽히는 자동차와 전기·전자 업종의 업황이 크게 좋아진 영향을 받은 덕분이다.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 3월 8.5%에서 4월 9.4%로 급격히 올라간 상태다. 전기·전자 업종의 경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분야에서 신제품이 잇따라 나오면서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 부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기업들은 생산 설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것이 기계 업체들의 수주 증가로 이어지는 것.

이 같은 움직임은 고스란히 기계 업체들의 수주 증가로 이어졌다. 한국공작기계협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업체들의 공작기계 수주는 52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3% 늘었다. 특히 자동차 업종과 전기·전자 업종에서의 수주 물량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3월 자동차 업종에서 공작기계 수주 물량은 1047억원으로 전달보다 73.5% 늘었고, 전기·전자분야 수주 물량도 72.3% 증가했다. 국내 업체들의 공작기계 수주 물량은 작년 10월 이후 6개월 연속 3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수주 물량도 1조28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5% 증가했다.

기계 업체들의 주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도 좋았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유진투자증권 변준호 연구위원은 "기계 업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자동차와 전기·전자업종의 업황이 매우 좋다"며 "시간을 두고 이것이 기계 업종들의 수주 증가에 지속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이 좋아지면서 2000년대 초반 내수의 절반 수준이던 수출 물량이 지난해 말부터 비슷한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 것도 전 세계적인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좋은 신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