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실 짜내는 재테크 금실 ①호주머니는 합쳐라…理財 밝은 쪽이 통합 관리 바람직 ②명의는 둘로 쪼개라…양도세 등 세금 부담 크게 줄여 ③등본 활용하면 수수료 제로…연회비 아끼는 등 부가 혜택도 ④주말엔 부부 재정회의 열어라…함께 가계부 살펴보고 자산 점검 ⑤딴 여(남)자 자랑은 NO…배우자 자존심만 상하게 만들어
일러스트=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
결혼은 일생일대 최대의 인수·합병(M&A)이다. 수십년간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왔던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토대로 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니, 세상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M&A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처럼, '가정경제'라는 주춧돌이 튼튼하지 않으면 결혼이란 M&A가 주는 행복도 오래 지속되긴 힘들다. 예상치 못한 인생의 풍랑 앞에서 돈은 부부에게 최소한의 보호막이자 위안이 되어준다. 부부 금실이 재산 순은 아니겠지만, 큰돈을 만진 부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같이 깨소금 부부인 경우가 많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처럼, 가정 경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이 평온해 보일 때 미리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머니섹션 M은 5월 21일 부부(夫婦)의 날을 맞아 풍요로운 가정 경제를 만들기 위해 부부가 꼭 알아둬야 할 5가지 핵심 포인트를 짚어봤다.
④주말엔 부부 재정회의를 열어라
'알뜰한 아내(혹은 남편), 헤픈 남편(혹은 아내)'. 참으로 고전적인 갈등 구조다. 한쪽에서 아무리 아끼고 절약해도 다른 한쪽이 아무 생각 없이 펑펑 쓰기만 한다면 '돈 모으기'는 물 건너 간다. 이웃나라 일본에선 한때 '토일(土日) 재테크'란 단어가 유행했다. 토일 재테크란, 맞벌이든 외벌이든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인 주말에 가계부도 같이 살펴보고 자산도 점검해 본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부부가 함께 노력해야지, 어느 한 쪽만 노력해선 '재테크 성공'이란 단어를 꿰차기 힘들다는 얘기다.
박승안 우리은행 PB팀장은 "재테크로 성공하려면 부부뿐만 아니라 자녀들도 한자리에 모여 집안 가계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가족회의가 필요하다"며 "가족도 일종의 '주식회사'를 만들어서 재무제표를 만든 다음, 버릴 건 버리고 사야 할 건 사는 식으로 밑그림을 그려보면 좋다"고 말했다. '나는 재테크엔 젬병'이라면서 재무 관리를 다른 배우자에게 전적으로 일임하고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옳은 선택이 아니다. 한상언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회사가 사장 혼자 열심히 일한다고 성장하는 게 아닌 것처럼, 부부 중 어느 한 쪽만 노력해선 부(富)를 키울 수 없다"며 "남편이 돈을 벌고 투자까지 담당한다면 아내는 가계부 쓰기와 같은 백오피스(후선업무)를 맡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⑤딴 여자(남자) 자랑은 NO “후배 와이프는 주식으로 100만원 벌어서 아이들 학원비로 썼다던데” “친구 남편은 이번에 승진해서 연봉이 엄청 올랐대.” 아무리 가정 경제가 중요하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남과 비교해서 배우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발언은 피해야 한다. 부부싸움은 이렇게 사소한 발언 때문에 벌어지게 된다. 상대방에게 화풀이한답시고, 남편은 술값으로, 아내는 쇼핑으로 카드를 마구 긁어버린다면, 그동안 부부가 쌓아온 재테크의 공든탑이 전부 무너져 내릴 수 있다. 또 부부가 서로 합의하에 매수든 매도든 결정을 내렸다면, 추후 발생하게 될 손익(損益)에 관해서는 서로 일절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 내린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후회하면서 ‘그때 그렇게 하자고 당신이 먼저 말했었지?’라는 식으로 배우자를 탓하는 것은 가정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파트든 주식이든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최적의 매매 타이밍을 예측할 순 없다.
①호주머니는 합쳐라
맞벌이 부부 중엔 각자의 사생활을 존중하겠다는 이유로 통장을 따로 관리하면서 생활비만 일정 비율로 갹출해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씀씀이가 헤퍼지고, 자산을 관리하는 데에도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들 수 있어 재테크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상언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부부가 서로의 경제적인 상황을 공유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부부 중 이재(理財)에 밝은 쪽이 통장을 도맡아 관리하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주식 통장은 부부가 함께 공유하지 않는 것이 부부 싸움을 막는 길이다. 대형 운용사 A팀장은 "주식을 시장 가격에 내다 팔라고 집사람에게 부탁했는데 200원 비싸게 내놓는 바람에 안 팔려서 결국 엄청난 손해를 봤다"며 "주식은 단기 변동성이 큰 투자처이기 때문에 부부 중 한 사람이 운용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②명의는 둘로 쪼개라
노후 대비 차원에서 상가나 오피스텔, 토지 등 수익형 부동산을 살 예정이라면, 공동명의로 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 양도소득세 같은 세금은 누진세율이 적용되어서 두 사람으로 나눴을 때의 세금 부담이 한 사람 명의일 때보다 낮기 때문이다. 가령 부부가 4억원에 상가를 사서 3년 보유한 후에 7억원에 매도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부부 공동명의로 하면 양도세 부담이 나홀로 명의일 때보다 522만5000원 줄어든다.
이신규 하나은행 세무사는 "이미 부동산을 1인 명의로 취득했는데 중간에 공동명의로 바꾸려면 세금(취득세 등)을 내야 한다"며 "공동명의로 하려면 아예 처음 부동산을 매입할 때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종부세는 1인 명의일 때만 적용되는 1주택자의 세액공제를 감안하면 공동명의가 오히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고가주택을 사는 경우엔 득실을 잘 따져봐야 한다. 이 밖에도 공동명의는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부동산이 공동명의로 되어 있으면 상대방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남편 잘못으로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아내가 싼값에 집을 되찾아 올 수도 있다. 지분이 반쪽짜리인 집을 낙찰받으려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다.
③등본 활용하면 수수료 제로
부부가 힘을 모으면 은행 수수료나 카드 연회비를 공짜로 만들 수도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부부가 예금·적금·펀드·연금 등 여러 금융상품 중에서 같은 날 한 개씩 골라 가입하면, 가족 간 창구송금 수수료뿐만 아니라, ATM·전자금융 관련 수수료를 최대 1년간 전부 면제받을 수 있다. 단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은행에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해 가족 등록을 해둬야 한다. 신용카드도 부부카드를 활용하면 보통 1만원 안팎 하는 연회비를 아끼면서 포인트 적립 등 부가적인 혜택을 둘이서 함께 챙길 수 있다. 요즘 대다수 카드들은 전월 사용금액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야만 할인·적립 등이 적용되기 때문에 부부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카드사 관계자는 "남편 명의로 부부카드를 만들면, 아내의 카드 사용내역을 남편이 나중에 다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아내가 본인 카드를 쓸 때에 비해 다소 불편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