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손처럼… 생각대로 움직이는 '로봇 손'

"이제 새로운 세상을 만나러 갑니다."

손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 위에 누운 청년의 표정은 뜻밖에도 밝았다. 그는 "지난 10년간 내 의지대로 손을 움직이는 꿈을 꿔왔는데 그 꿈이 이제 현실이 된다"고 했다.

청년의 이름은 '마일로'라고만 알려져 있다. 26세인 그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로봇 생체 손' 이식 수술을 받는다. 영국 BBC는 18일 "마일로가 새로운 손 이식을 위한 여정을 2주후 시작한다"고 전했다. 독일의 오토보크사가 제작한 로봇 생체 손은 뇌의 신호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격은 약 7만달러(약 7600만원) 선이다.

세르비아계 오스트리아인인 마일로는 10년 전 세르비아 여행 도중 오토바이를 타다 전봇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당해 다리와 팔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다리는 나았지만 오른팔 전체가 마비됐다. 다리에 있는 신경을 떼어내 팔에 붙여 간신히 팔 일부 감각은 회복했지만, 끝내 손은 움직일 수 없었다.

10년간 손을 움직이지 못하고 살던 마일로가 수술대에 오를 용기를 낸 것은 두살 어린 한 오스트리아 청년 때문이었다. 역시 '패트릭'이란 이름으로만 알려진 24세 청년은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생체 손 인식 수술에 성공했다. 패트릭은 3년 전 화학 공장에서 일하다 감전 사고로 왼쪽 손을 잘라냈다. 그는 이 수술을 지휘한 비엔나 의대 외과 오스카 아즈만 박사와 함께 오스트리아 TV 방송에 출연, 자신의 '새 손'으로 병마개를 따고, 신발끈을 묶고, 동전을 집는 모습을 보여줬다.

TV를 본 마일로는 그 길로 아즈만 박사를 찾아가 수술을 부탁했다. 아즈만 박사의 첫 대답은 "노(No)"였다. 패트릭의 경우엔 사고로 이미 손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단순히 로봇 손을 붙이기만 하면 됐지만 마일로의 경우엔 '있는 손'을 잘라야 했다.

지난주 로봇 손 이식 1차 과정인 손 절단 수술을 진행한 아즈만 박사는 "1~2주 후 상처가 아물면 로봇 손을 붙이는 수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 과정은 이렇다. 손의 절단된 부위에 남아 있는 신경과 '로봇 손'에 붙은 수십 개의 전선을 촘촘히 연결한다. 이 전선은 다시 손의 움직임을 만드는 40여개 기압 도구에 연결된다. 어깨 부분과 팔뚝엔 6개의 센서가 부착된다. 센서들은 뇌에서 보내는 신호를 해독(解讀), 로봇 손의 전선과 기압 도구에 전달해 손의 움직임을 완성한다. 마일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제 26세이고, 아직 살 날이 더 많다. 새로운 손은 나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