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줄 잇는 長考

〈제4보〉(59~77)=장고(長考)의 기준은 주어진 전체 시간이 얼마냐에 따라 달라진다. 제한시간 10분짜리 바둑에선 2분만 생각해도 장고로 분류되지만, 일본의 이틀걸이 바둑(1인당 8시간)에선 한 수에 2시간쯤 뜸들이는 건 예사다. 59는 무려 78분 만에 놓인 수. 공식기록이 보관돼 있지 않아 확인할 수는 없으나 역대 LG배 사상 최장기록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앞서 흑43('가'에 놓였다가 백이 따낸 자리)을 놓는 데 투입한 55분을 포함하면 두 수에 전체(3시간)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쏟아부은 셈.

59로 참고도 1에 두면 어떻게 될까. 8까지 연결한 백 대마 전체의 삶이 초점이다. 17, 19로 잡으러 갔을 때 백도 22, 24가 좋은 수순. 25 때 백이 △로 따내 패(覇)가 정답이다. 패에 지면 흑도 부담이 크므로 결행하지 못했다. "우하귀를 선선히 내주고 중앙을 차지할 줄은 몰랐다. 59는 좋은 수였다."(박영훈)

67은 흑의 권리. 68 시점에서 형세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팽팽하다. 여기서 '나' 정도로 벌렸으면 무난했을 텐데, 한 발 더 간 69로 인해 바둑은 격랑에 빠진다. 백이 70으로 어깨를 짚자 흑은 77까지 일망타진을 외치고 나섰다. 자, 상변에 뛰어든 백 두 점의 운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