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위안화 투자 울지마 나중에…

환(換)차익을 기대하고 위안화 예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무턱대고 넣어뒀다간 원금 손실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위안화 외화예금을 출시한 외환은행의 위안화 예금 잔액은 2008년 말 109만달러에서 지난해 말 435만달러(2830만위안)로 2년 새 4배로 늘어났다. 올 들어서도 꾸준히 늘어나 19일 현재 잔액이 451만5000달러에 달한다.

위안화 예금은 지난해 6월 중국 정부가 관리변동환율제(시장 수급이 환율을 결정하도록 하되 정부가 부분적으로 개입하는 제도)를 재도입한 이후 눈에 띄게 늘었다. 관리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현재까지 위안화는 달러 대비 5.5% 절상됐고 절상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일 현재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4983위안으로 고시됐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사상 최저치(위안화 가치는 최고)인 6.4948위안에 근접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무역 흑자가 지속되는 데다 고(高)물가까지 겹쳐 올해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5~7%가량 추가 절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위안화 절상만 믿고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안화 예금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기회비용이다. 위안화 예금은 다른 예금과 달리 금리가 0%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위안화를 굴려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단이 마땅찮아 은행에서 금리를 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위안화가 기대만큼 절상되지 않는다면 원하는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 또한 위안화가 오르는 만큼 원화가 절상되면 환차익이 상쇄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위안화 예금은 위안화로만 입출금할 수 있는 상품부터 달러화나 원화를 통해 거래하는 상품까지 다양하다. 일부는 갖고 있던 달러화를 위안화 예금에 넣기도 하는데 차후 어차피 원화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에 원화 환율까지 생각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무역결제용으로 외화예금에 위안화를 넣어뒀다가 최근 해지한 고객을 보면 생각만큼 큰 차익을 내지 못했다"며 "위안화가 오르는 것만큼 원화 가치도 올랐기 때문인데 최근 원화 가치 상승폭이 커지면서 그런 현상이 더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절상폭은 평균 3.2%였던 데 비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절상폭은 2.3%로 이보다 작았다. 위안화 절상만 바라보고 투자한다면 자칫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위안화를 직접 사서 투자하는 방식은 더욱 위험하다. 위안화를 팔 때와 살 때 환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20일 기준으로 위안화를 살 때는 1위안당 178.39원, 팔 때는 158.39원이다. 위안화를 사고팔 때 1위안당 20원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가 이보다 더 올라야만 차익을 낼 수 있다.

현재 대부분 시중은행이 위안화 예금 상품을 내놓았고, 위안화 개인송금 서비스만 해온 국민은행도 상품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김우철 외환은행 차장은 "예치된 위안화를 다른 곳에 굴려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아직은 위안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가 아니라서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위안화 예금을 취급하는 은행들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