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척, 귀여운 척 자신 없어 '짱' 하겠다 했죠"

강형철 감독의 '써니'가 개봉 2주 만인 지난 주말 손익분기점인 20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서며 흥행 가도에 들어섰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토르' 등 경쟁작들을 가볍게 누르고 2주 연속 예매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세가 만만치 않다. 전작 '과속 스캔들'로 800만 관객을 모았던 강 감독으로선 연타석 홈런을 친 셈이다.

영화는 여고시절을 함께한 칠공주 '써니'가 25년 만에 다시 모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되찾는 과정을 그렸다. 개봉 이후 영화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써니의 대장인 하춘화를 연기한 배우가 누구냐'는 질문이 많이 올라왔다. '하춘화'는 학교의 '짱'으로 의리에 죽고 사는 여고생.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다 길게 뻗은 다리로 시도 때도 없이 이단옆차기를 해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며 흥행의 일등 공신이 됐다. 영화 개봉 전 본지 인터뷰에서 "하춘화 역을 맡은 강소라씨는 여자들이 동경하는 여자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했다. 영화가 개봉하면 여성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될 것"이라던 강 감독의 예상이 적중했다.

20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강소라(21·동국대 연극학과)씨는 "100명도 안 됐던 트위터 팔로어가 영화 개봉 이후 600명으로 늘어났는데 대부분이 여성 팬"이라고 했다. 그는 200만 관객 얘기를 꺼내자 영화 흥행의 요인으로 캐릭터의 힘을 꼽았다. "익숙한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온 것은 살아 있는 캐릭터들 때문이다. 엄청 기가 센 여자들이 십여명이나 나오는데 죽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고 조화가 잘 된다."

강씨는 얼음공주 '수지'나 엉뚱한 시골 전학생 '나미'처럼 여배우들이 선호할 만한 배역을 놔두고 "처음부터 학교 짱인 하춘화를 고집했다"고 했다. "예쁜 척하는 수지 역할은 스스로가 민망할 것 같아서 아직 못하겠고, 코믹한 나미 캐릭터를 하기에는 귀엽지 못한 것 같다. 키가 크고 강하게 생긴 편이라 친구들을 아우를 수 있는 하춘화가 가장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강씨는 그러나 "춘화와 같은 점은 잘 웃고 성격이 털털하단 것밖에 없다"고 했다. 걸핏하면 발차기를 하고 주먹을 내지르는 영화 속 모습도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 "무술 유단자인 줄 아시는 분들도 있는데 싸우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 평소 운동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요리하고 친구들과 카페에서 수다 떠는 걸 즐기는 편"이라고 했다.

강씨는 이번이 두 번째 영화 출연이었다. "데뷔작('4교시 추리영역')의 연기는 너무 부족했다. 상대 배우와 감독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캐릭터를 분석하고 공부할 시간과 여건이 됐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캐릭터에 딱 맞는 연기를 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을 물었다. 그는 "연기 경험이 아직 적기 때문에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하는 것도 과한 욕심이다. 액션·스릴러·멜로 가리지 않고 주어진 역할은 다 할 거다. 대신 현실감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 일단 어떤 캐릭터든 그것에 딱 맞는 연기자라는 평부터 듣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영화에서 중견 배우 진희경의 소녀 시절을 연기했다. "촬영 중에는 진 선배를 뵌 적이 없고 촬영 이후에 연극도 같이 보고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 진 선배가 '연기 공백을 갖지 말고 꾸준히 작품을 해라' '배우는 늘 사랑을 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줬다"고 했다.

강씨의 꿈을 물으니 "연출"이란다. "고등학교 때 연극과 뮤지컬에 푹 빠지면서 연출을 꿈꿨다. 그래서 촬영장에서 감독님들을 유심히 관찰하는데 정말 보통 일이 아니더라. 솔직히 지금은 약간 주춤하게 됐지만 그래도 나중에는 꼭 연출을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