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奇想天外

〈제5보〉(78~88)=박영훈은 현재 명인과 맥심배를 보유 중이다. 국내에 복수(複數) 타이틀 보유자는 이세돌 최철한을 포함해 박영훈까지 3명뿐이다. 그런 그가 통합예선을 거친 것은 랭킹하락 때문. 한때 최고 2위까지 올라갔던 순위가 4월 9위로 떨어지면서 간발의 차로 시드(seed)에서 빠졌다. 5월 랭킹은 7위. 10회 대회 이후 6연속, 통산 7회나 출전했던 박영훈과 LG배와의 인연이 계속 이어질지 여부가 이 한 판에 걸려 있다.

상변 백 두 점의 타개가 국면의 초점. 초긴장 상태인 대국자들과 달리 구경꾼들은 짜릿짜릿한 장면이다. 여기서 78이 빗나갔다. "참고1도 1, 3이었으면 쉽게 살 곳에서 고생을 자초했다." 박영훈의 후회다. 6을 소홀히 하면 백A로 자체 삶을 확보한다. 결국 7~11의 멋진 수순으로 백이 흑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할 수 있었다는 것.

수순을 바꿔 78을 먼저 두는 치명적 실수로 인해 백의 생사가 불투명해졌다. 87 때 참고2도 1은 흑2가 강수여서 2점을 잡고도 백이 못 살아간다. 고심하던 박영훈, 88에 붙이는 기상천외한 수단을 들고나왔다. 자, 백 대마의 운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