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돌연변이 사이… 청년들의 고뇌

2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20세기폭스사에서 엑스맨 시리즈의 5번째 영화 '엑스맨:퍼스트클래스'의 시사회가 열렸다. 이번 영화에서는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등 떠오르는 젊은 배우와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중견배우 케빈 베이컨이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1944년 폴란드의 유대인 강제수용소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수용소로 끌려 들어가는 어머니를 향해 소년 에릭이 절규하며 손을 뻗자 육중한 철문이 엿가락처럼 휘어진다. 초능력을 가진 돌연변이의 존재를 암시하는 이 장면은 2000년 개봉한 1편의 도입부에도 나왔다. 다만 1편에서는 시점이 바로 '멀지 않은 미래'로 건너뛴 반면 이번에는 에릭이 청년이 되는 1962년으로 이어진다.

즉 이 영화는 시리즈 전체의 프리퀄(시간상으로 앞선 속편)이다. 이전 엑스맨 시리즈의 뼈대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 에릭이 '매그니토'로 성장해 '프로페서 X'와 대립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영화는 이들이 적(敵)으로 돌아서기 전, 각각 에릭(패스벤더)과 찰스(맥어보이)로 불리던 청년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편들에서 '성인(成人) 찰스'인 프로페서 X(패트릭 스튜어트)는 늘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완벽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새 영화에서 '청년 찰스'는 초능력을 이용해 여성에게 '작업'을 걸고, 맥주를 단숨에 들이켜고 취하기도 한다. 시사회에 이어 열린 인터뷰에서 맥어보이는 "젊은 찰스는 아직 돌연변이와 인간의 공존이라는 이상(理想)을 세우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도승 같은 프로페서 X에 비해 자기중심적이고 교만하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전편에서 프로페서 X는 대머리로 나오지만, 젊은 시절의 찰스는 머리숱이 풍성하다. 맥어보이는 "삭발을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서 아쉬웠다"며 웃었다.

에릭 역시 냉정하고 무자비한 매그니토(이안 매컬린 분)와 달리 수용소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비참한 기억에 고통받고 괴로워한다.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세바스티안 쇼(베이컨)에 대한 복수심과 유대인 박해의 희생자로서 가슴에 간직한 상처가 뒤섞여 있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에릭은 복수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쇼를 증오하면서도 결국엔 그를 닮아 가는 비극적인 운명을 따르게 된다"고 했다.

영화 '할로우 맨'에서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선보였던 베이컨은 "늘 악당으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이번에도 역시 무자비하고 잔인한 쇼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극 중에서 쇼는 영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독일어를 구사한다. 베이컨은 "독일어를 가장 열심히 연습했다"며 "나중엔 주변에서 '(영어) 말투에 독일어 억양이 섞여 있다'고 했을 정도"라고 했다.

1·2편 감독에 이어 이번에 기획·제작을 맡은 브라이언 싱어는 "1·2편을 만들 때부터 등장인물들의 젊은 시절을 다룬 속편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1960년대는 냉전이 극단으로 치닫던 시기"라며 "돌연변이들이 세상을 구하러 나선다는 설정에 쿠바 미사일 사태와 같은 실제 사건을 적용할 수 있어 이 시기를 배경으로 택했다"고 했다.

매번 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들의 초능력을 보는 것이 엑스맨의 재미 중 하나. 이번에도 주변 환경에 맞춰 자기 몸을 변화시키거나, 등에 새겨진 문신이 그대로 날개가 돼 하늘을 나는 등의 초능력을 선보이는 캐릭터들이 새로 나왔다.

찰스가 휠체어를 타게 된 이유, 텔레파시를 차단하는 에릭의 헬멧, 세리브로(돌연변이의 텔레파시를 증폭시켜 주는 장치) 등의 유래도 이번 영화에서 밝혀진다. 1∼4편에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당연한 설정처럼 등장했던 것들이다. 6월 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