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똑똑이들, 인터넷 백화점으로 행진중

회사원 김모(33)씨는 지난 22일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있는 프랑스 가방 브랜드인 롱샴의 매장을 둘러봤다. 12만원짜리 핸드백을 고른 김씨는 들어보고 만듦새를 살펴본 뒤, 가방의 상품 코드만 적어 집에 왔다. 집에 돌아온 김씨는 곧바로 롯데닷컴의 롯데백화점 페이지에 들어가 핸드백을 검색했다. 해당 핸드백의 가격 '12만원'에는 취소한다는 뜻으로 선이 죽 그어져 있고, 그 밑에 10만8000원이 쓰여 있었다. 바로 쓸 수 있는 10% 할인 쿠폰을 적용한 가격이다. 배송비는 무료. 김씨는 "똑같은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는데 백화점에서 살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백화점에서는 물건을 고르기만 하고 구매는 인터넷에서 하는 사람이 늘면서 인터넷 백화점의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초고가 명품 등 일부 상품을 빼놓고는 인터넷 백화점에도 동일한 상품을 올려놓고 있고, 인터넷에는 바로 쓸 수 있는 할인쿠폰을 적용해 최대 20%까지 싸게 팔기 때문이다.

24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인터넷 매출은 2009년 1212억원으로 2008년에 비해 64% 증가했고, 작년엔 1873억원으로 재작년보다 54% 늘었다. 신세계 본점의 경우, 지난 2008년에는 전체 매출에서 인터넷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6%에 불과했으나, 지난 1~4월에는 13.5%까지 늘어났다.

롯데백화점도 비슷하다. 본점의 경우, 작년 인터넷 매출은 2009년보다 31.1%나 늘었지만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3.9%만 늘었다. 잠실점의 경우, 작년 인터넷 매출 신장률은 45%인 반면 매장의 신장률은 6.8%였다.

백화점들은 각 지점별로 인터넷 백화점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롯데닷컴에는 롯데백화점 페이지가 따로 있다. 물건을 선택하면 롯데백화점의 어떤 지점에 그 물건이 있는지 표시되는데, 그중 한 곳을 선택해 구매하면 그것은 해당 지점의 매출이 된다.

심지어 일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일부 의류 브랜드는 인터넷 매출이 매장 매출을 뒤집었다.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A의류브랜드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팔린 매출을 보면, 2009년까지는 인터넷 매출 40%에 매장 매출 60%이었으나, 작년부터 인터넷 60%에 매장 40%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앞으로는 백화점은 전시장 기능만 남고 실제 매출은 인터넷에서 대부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백화점의 매출이 늘자 백화점에 들어가 있는 업체 중에서 불만을 갖기 시작한 곳도 생기고 있다.

우선 백화점에 내는 판매 수수료에 불만을 가진 업체들이 많다. 지금 백화점들은 매장이나 인터넷이나 똑같이 매출의 35% 내외를 판매수수료로 받고 있다. 백화점은 이 돈으로 판촉비, 전기료 등 매장 유지비 등을 충당한다. 업체들은 "인터넷 관리 비용은 매장 관리비용보다 훨씬 싸게 들 수밖에 없는데 같은 판매수수료를 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한 남성의류 업체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발행하는 할인쿠폰을 업체에 같이 부담하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