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귀신같이 살다

〈제7보〉(105~118)=왕야오(王堯)는 이세돌 구리(古力) 등과 동갑인 83년생. 이번 통합예선 결승에 오르기까지 꺾고 올라간 상대들이 흥미롭다. 중국 동료 기사 장원징(鐘文靖), 한국계 일본 기사 류시훈, 한국서 활동 중인 루이나이웨이(芮乃偉)의 부군 장주주(江鑄久)를 거쳐 한국 토종(土種) 스타 박영훈과 맞닥뜨린 것. 왕야오가 이 바둑마저 이겼더라면 진정한 세계 평정(?)을 이룰 뻔했다는 우스개가 나왔다.

흑은 110자리로 파호(破戶)하지 못하고 105로 지켰다. 다 잡을 듯했던 백의 침입군을 눈앞에서 살려줄 때 얼마나 가슴이 쓰렸을까. 105로 참고도 1에 두어 잡으러 가면? 백은 2, 4로 우선 흑을 차단한 뒤 이곳저곳 약점을 찔러 20까지 포위망을 돌파하게 된다(15…12). 결국 110으로 살았다. 참으로 귀신이 따로 없다. 하지만 박영훈은 "크게 우세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차이가 적은 데 놀랐다"고 했다.

111은 호처. 백이 '가'~'다'로 움직이는 맛을 완화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 백도 112의 가벼운 어깨짚기로 형태를 정비해 간다. 117로 최대한 파고들었을 때 118은 어땠을까. 한 판 바둑을 이겨가는 길은 참으로 멀고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