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7공주(車·화학·정유 7개사)' 시들해지니 '바보온달(금융·유통·건설 등 소외株)' 힘쓰네

투자자문사들이 '7공주'(자문사들이 주로 추천한 7개 종목)를 향해 퍼붓던 애정이 슬슬 식어가는 것일까. 얼마 전까지 주가상승을 주도했던 7공주가 최근의 주가 하락장에서 맥을 못 추자, 자문사들이 그동안 소외됐던 '바보온달'형 종목들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본지가 최근 국내 8대 투자자문사의 '자문형랩'(자문사 추천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 편입종목을 취합해 분석한 결과, '7공주'에서 '2공주'가 탈락하는 등 주도주 비중이 축소된 반면, 금융·유통·건설 등 그동안 소외돼왔던 종목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저평가된 금융·유통·건설주 등장

작년 말부터 대형자문사들은 7공주(LG화학·하이닉스·기아차·삼성SDI·제일모직·삼성테크윈·삼성전기)를 비롯해 '차·화·정'으로 불리는 자동차·화학·정유 업종에 집중 투자했다. 이런 종목들은 수출 호조와 유가 상승에 힘입어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고, 일부 '자문형랩'에 1년 만에 60%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등 '자문형랩 열풍'을 이끌었다. 코스피 전체 종목 중 30%가 증시를 주도했다는 얘기도 업계에서 나왔다.

그러나 최근 세계 경제 회복이 둔화되고 원자재값이 하락하면서 주도주들은 빨리 오른 만큼 빨리 내려갔다. 이달 초 하락장에 자문형랩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하고 있고, 투자 열기도 주춤하고 있다. 전체 자문형랩 잔고는 작년 4월의 1조원에서 올 4월에는 8조원대로 급증하는 등 인기가 식을 줄 몰랐지만, 증시가 본격 하락한 이번 달에는 일부 대형 증권사의 자문형랩 잔고가 전달보다 감소했다. 가입자나 수익률 중 적어도 하나는 감소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지난 24일 8대 자문사가 각각 추천한 10~15개 종목은 주도주 편식 현상이 완화된 모습을 보인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만도·LG화학·OCI·에쓰오일·SK이노베이션·하이닉스·LG디스플레이·현대중공업 등 '차·화·정' 종목과 일부 IT업종의 비중이 여전히 높았지만, 7공주였던 삼성테크윈·삼성전기는 8개 자문사 모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 실적 악화로 그동안 주가 하락폭이 컸기 때문이다.

대신 상승장에서 10% 이상 하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던 금융주(KB금융·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들이 새롭게 편입됐다. 부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중소건설사 부도 등 악재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 폭이 과도했다는 인식에 따라 외국인들도 금융주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현대건설·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주도 해외 건설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추천종목에 포함됐다. 내수 경기 회복에 따라 롯데쇼핑·현대백화점 등 유통주도 기대주로 떠올랐다.

◆지금은 '양다리' 전략 쓸 때

그렇다면 주가가 고점 대비 8% 하락한 지금, '차·화·정'을 다시 믿고 따라가야 할까, 바보온달이 왕자가 되기를 기다려야 할까.

전문가들은 기존 주도주에 대한 애정을 완전히 거둘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팀장은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매물이 많이 나오면서 가격 조정을 받고 있지만, 주도주는 여전히 실적이 좋고 성장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마스터PB는 "기존 주도주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지면서 저평가돼왔던 종목에 양다리를 걸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